염조에선 '교만·사치·경박' 읊어
▲ <숙향전>(세창서관, 1914) 표지. <숙향전>은 17세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유행한 소설로 일본 역관들의 조선어 교재이기도 하였다.

 


전 회(回)에 이어 ‘아조’가 계속 이어진다.

 

7. 새벽 두 시쯤 일어나 머리 빗고 四更起梳頭

네 시에 어른들께 문안드렸지요 五更候公_

친정집에 가기만 하면 誓將歸家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대낮까지 늦잠 잘 거예요. 不食眠日午

 

9. 임 위해 납의를 꿰매다가 爲郞縫衲衣

꽃향기 나른하게 만들면 花氣惱_倦

바늘 돌려 옷깃에 꼽고 回針揷襟前

앉아서 숙향전 읽습니다 坐讀淑香傳

*납의는 잘게 누빈 옷이다.

 

11. 친정 집 계집종이 창 틈에 와서 小婢窓隙來

가만히 “아가씨” 하고 불렀어요. 細喚阿只氏

시댁에서 허락만 해 주시면 媤家如不禁

내일 아침 가마를 보내신대요. 明日送轎子

 

12. 초록빛 상사비단을 잘라서는 草綠相思緞

쌍침질해 귀주머니 만들었죠 雙針作耳囊

정성스레 주머니 입 세모 주름 잡아서 親結三層堞

예쁜 손으로 낭군께 드려요 _手捧阿郞

 

14. 햇살 무늬 보자기에 싸서는 包以日紋褓

대나무 상자에 넣었지요. 貯之皮竹箱

손수 서방님 옷을 마름질했으니 手剪阿郞衣

손의 향내도 옷에 배어나겠지요 手香衣亦香

염조(艶調)

염조(艶調)의 “염(艶)은 미(美)이다”(艶者美也).

교만, 사치, 부랑, 경박, 지나친 꾸밈을 읊었다. “이 편에서 말하는 바는 거의 교만, 사치, 부랑, 경박, 지나친 꾸밈이라 비록 위로는 아(雅)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래로는 질탕함(宕)에 이르지 않는 고로 이름하기를 염(艶)으로써 한다.”

 

1.울릉도 복숭아는 심지를 마세요. 莫種鬱陵桃

내가 새로 화장한 것에 미치지 못하니까요 不及_新粧

위성 버드나무일랑은 꺾지 마세요. 莫折渭城柳

내 눈썹 길이에 미치지 못하니까요 不及_眉長

*위성은 섬서성(陝西省) 함양현(咸陽縣) 동쪽 진(秦) 서울이었던 함양이다. 이곳 사람들은 서쪽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위수 기슭에서 송별하면서 강가 버들가지를 꺾어 건네주었다.

 

2. 술집에서 온 것이라며 즐겁게 말하지만 歡言自家酒

창가에서 온 것이라고 저는 말할래요 _言自娼家

어찌하여 땀 배인 저고리 위에 如何汗衫上

연지 기름이 물들어 꽃이 만들어 졌나요 _脂染作花

 

4. 머리 위에 있는 게 무어냐고요? 頭上何所有

나비 날아가는 두 갈래 비녀랍니다 蝶飛雙節釵

발 아래 있는 게 무어냐고요? 足下何所有

꽃 피고 금풀로 수놓은 가죽신이랍니다 花開金草鞋

 

6. 동쪽 이웃 할미와 약속하고 且約東隣_

내일 아침 노량진을 건너가서는 明朝涉鷺梁

올 해는 아들을 낳을지 모르니 今年生子未

무당에게 가 직접 물어봐야지 親問帝釋房

 

*당시 노량진에 무당집이 많았다.

 

 

다음 회에 계속 ‘염조’가 이어진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