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과거 “대머리 조경” 민원
전문가 “3~10배 비용절감 추정”
수공 “식재비율 근거 큰 하자 없다”
“황량한 사막 같은데 자연 신도시라니 약간 황당하죠.”
'친환경 복합신도시'를 자랑한 송산그린시티가 정작 주변 환경은 '싸구려'로 조성됐다는 논란이 수년째 식지 않고 있다. 일부 주민들의 눈에서 심어진 묘목이 영 형편없게 보여서다.
18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송산그린시티는 송산면, 남양읍 일원 5586만㎡ 시화호 간척지에 16만 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구간별 공사가 이르면 오는 10월 완성될 전망이다. 지금껏 송산그린시티의 강점은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공원·녹지비율이 전체 면적 중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수변 산책로와 연계돼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입주 주민 사이에서 “나무가 작고 부족하다”는 불만이 끓고 있다. 현재 근린공원, 어린이공원을 비롯해 완충녹지 등에 총 2만6711그루가 식재된 상태다.
문제는 2년 전인 2018년부터 이어졌다. 당시 주민들은 나무가 풍성하고 길게 솟아오른 다른 신도시 사례를 들며 시에 민원을 냈다. '대머리 조경'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이유는 나름 있었다. 지적을 받은 쪽은 주로 가운데 주도로를 낀 아파트 경계보다 단지 뒤쪽이나 산책로에 집중돼있다. 실제 현장을 보면 대부분 나무가 근원직경(R) 10cm 미만으로 형성돼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 들어선 동탄2신도시 완충녹지에 25~35cm 사이 중대목이 80여 그루 심어졌다면, 송산그린시티는 20cm가 거의 최대치라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 것이다.
송산그린시티 동남측 지구 동탄2신도시 한 공원은 식재 시기가 2017년으로 동일한데, 소나무 비중은 동탄이 컸다. 동탄은 토종소나무 적송, 송산은 다른 종류인 해송을 다량 두는 등 품종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또 보통 신도시 산책로 수목은 소형 나무로 이어지다 중간에 큰 나무가 자리하는 '포인트 방식'도 쓰이지 않아 사람 시야에서 밋밋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민 A씨는 “곧 부러질 거 같은 나무를 가득 심어 놓고, 주민들이 항의하니 다 심었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동탄은 부자 동네이고, 이곳은 이제 막 시작하니 무시하는 것 같다”고 발끈했다.
주민 반발 소문을 듣고 해당 사안에 관심을 보인 전문가나 업계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검토 경험을 가진 도내 한 나무병원 관계자는 “여태 많은 신도시를 봐왔고 참여도 했지만 이런 신도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이건 공원이나 녹지가 아니고 무슨 나무 키우는 조림사업장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의 장소를 보니 3에서 10배까지 비용절감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관이 자리 잡는데 꽤 긴 시간이 소요되고, 중고사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자원공사는 앞서 주민 요구를 받아 몇 차례 더 심는 등 보완한 바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전체 식재비율 등 근거로 봤을 때 큰 하자가 있지 않고, 타 신도시와 사업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규격 등의 일부 지적을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녹지 대비 수목의 식재 비율은 비슷한 반면, 수목의 규격면에서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이 주로 비교하는 동탄신도시의 공원 녹지와 비교할 때 공원 녹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송산 동측지구가 우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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