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천중·고 교사 깜짝 방문

10여 과목 학습지 전달·문제 설명
“끝까지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줘 감사”
▲ 인천 남인천중·고등학교는 지난달부터 국어와 영어, 수학 등 총 10여 과목으로 구성된 학습지를 만들어 각 만학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남인천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깜짝 방문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두 달째 학교에 가지 못하는 만학도들을 위해 인천 남인천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학습지를 나눠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남인천중·고등학교 성인반 수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게 되자 교사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남인천중·고등학교는 지난달부터 국어와 영어, 수학 등 총 10여 과목으로 구성된 학습지를 만들어 만학도 학생들에게 전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교사들은 가정이 아닌 인근 공원 등 탁 트인 공간에서 학습지를 전달한다. 학습지는 10여 페이지로 2주 동안 학생들이 풀어야 할 문제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뿐 아니라 시간표도 제공해 시간을 정해두고 어르신들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지면서 대다수 학교들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 중이다. 일반 학생들은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잘 다루다 보니 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지만 만학도인 어르신들은 익숙하지 않아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후 교사들의 휴대전화가 온라인 강의 문의로 쉴 새 없이 울릴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자 교사들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어르신들을 찾아가 학습지를 전달하고 직접 설명해주는 방식이었다.

성인반 수업을 듣는 이임자(56)씨는 “학습지를 나눠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며 “그전에 온라인으로 과제물을 올려줬는데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이는 등 불편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방문해 설명을 들으니 공부할 의지가 더 생긴다. 끝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마음먹고 시작한 공부인 만큼 학업에 대한 열정은 10대 학생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뜨겁다. 코로나19도 어르신들의 열정은 이길 수 없었다.

박숙자(59)씨는 “배움의 꿈을 놓고 있다가 다시 배운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코로나19로 잠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 학습지로라도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학교가 문만 열면 열정을 갖고 배울 준비가 됐다. 얼른 학교에 가고 싶다”고 전했다.

윤국진 교장은 “등교하는 그날까지 성인 학생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주길 바라는 게 교직원들 바람”이라며 “얼른 코로나19에 따른 보건 안전 위기가 끝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 뵙고 싶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