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갈곳 잃은 쪽방촌 주민
오랜만의 외출, 주변에 자랑도
▲ 7일 인천 동구 괭이부리마을 희망일터에서 볼펜 조립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코로나19로 경로당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 숨통이 트이네요.”

7일 오전 10시 인천 동구 괭이부리마을 희망일터.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두 달여 간 문을 닫았던 희망일터가 이날 다시 문을 열면서 어르신들도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괭이부리마을 희망일터는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활을 돕는 곳이다. 이날 어르신들은 마스크를 쓰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볼펜 조립 작업을 수행했다.

최근 정부가 경제·사회활동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병행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방향을 전환하면서 희망일터도 이날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전날 희망일터가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들은 김향자(77)씨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고 한다. 오랜만의 외출이기 때문이다.

그는 “희망일터가 문을 여니까 일을 하러 나오라는 전화를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즐거웠다”며 “경로당 등 아직 문을 연 곳이 많이 없다 보니 나이 든 사람들은 갈 때가 없었다. 이렇게라도 밖으로 나올 수 있으니 그저 신이 난다”고 말했다.

희망일터가 문을 열면서 쪽방촌에도 활기가 넘쳐났다. 경로당 등의 시설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으면서 갈 곳 없이 집에만 있던 쪽방촌 주민들은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서경애(69)씨는 “그전에는 집이랑 희망일터를 오가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했는데 희망일터가 문을 닫으면서 생활도 불규칙해져 잠을 늦게 자곤 했다”며 “하루가 10년 같이 느껴질 정도로 삶이 무료했는데 이제 일을 다시 시작해 규칙적인 생활로 금방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희망일터를 운영하는 인천 쪽방촌 상담소는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해 8일 어버이날 행사도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쓰고 일정 거리를 둔 채 진행할 계획이다.

상담소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계셨던 어르신들이 희망일터가 문을 여니 매우 좋아하신다”며 “원활한 운영을 위해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구비하는 등 방역에 힘쓸 것이다. 어버이날 행사도 방역에 신경 써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