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자체 보고서 “체계상 문제 될 수 있어” … 사법부 의존도 꼬집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직 판사의 선관위원장 겸직 관행(인천일보 4월13일자 19면)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인천일보가 입수한 `선관위의 헌법적 역할과 과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2014년 중앙선관위 연구용역과제)를 보면, 선관위는 1963년 헌법기관으로 설립된 이후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했으며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권한과 조직이 확대돼왔다.

선관위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나, 반면에 선거운동 관리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특히 선관위 발전은 사법부 관료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등 `사법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원 임명에 대한 사법부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판사들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이 체계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대법원이 선거 소송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선관위에 대법관이 참여하고, 각급 선관위에 지방법원장급 판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체계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선거 관리가 준사법적 성격을 많이 띠고 있는 점에서 비정파적 법률 전문가가 참여할 필요성 역시 제기된다”며 “그러나 선거 관리의 성격이 사법과 다를 수밖에 없는 이상 사법부 종속이 긍정적 측면만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직 판사가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행은 수십년간 이어져 온 것으로 파악됐다. 각급 선관위원장이 선거법 위반 행위를 고발하게 되면 수사기관을 거쳐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되는데,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와 선관위원장이 같은 법원의 동료라는 점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될지에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인천 중구선관위가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모 시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는데, 이후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중구선관위원장을 맡았던 부장판사가 담당해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판사 한 명이 해당 사건을 조사해 수사기관에 처벌을 요구한 뒤 직접 재판을 맡아 선고를 내린 셈이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