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인천 연수구 한 상가에서 오리고기를 팔던 주민이 분신을 시도했다.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로 인한 `오리 파동' 영향이다. 2개월째 전기료도 내지 못한 그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그 뿐이었다.

최숙경(58·청학·연수2·3·동춘3동·사진) 연수구의회 부의장이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다. 연수구청과 청소년수련관, 노인복지관 등에서 일한 그는 사회복지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1995년부터 20년 넘게 공부해 석·박사 과정도 모두 마친 그는 가천대학교 운동복지학과와 인천재능대학교 아동보육복지과 겸임 교수로 짧게 일하기도 했다.

“분신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이러다 모든 사람이 다 죽겠다,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지정책을 잘 만들어서 세상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이때 처음 하게 됐어요. 특히 저희 지역구는 오래된 임대아파트가 많고 취약계층도 많습니다. 이들의 대변인이 돼보자는 마음에 정치를 시작하게 됐어요.”

 

▲복지 전문·전담 정치인으로 남고 싶어

최 의원의 의정 초점은 역시 `복지'다. 복지를 다루는 기획복지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그가 대표 발의한 조례들을 보면 `지역아동센터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 취약계층 관련 의안이 대부분이다.

“아동, 노인 등 복지도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의원이 돼 보니 다 챙겨야겠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론 장애인과 노인 분야 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가족 중에 시각·지체장애인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릴 때 놀림도 많이 받아 상처가 있었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그 상처가 애틋함으로 바뀌더라고요.”

연수구에는 청각장애인이 많다. 올해 초 기준 청각장애인은 1만3069명. 연수구 내에서 지체장애인 다음으로 많은 수다.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활성화 조례 역시 최 의원의 작품이다.

“구 공공시설 내 청각·언어장애인들의 편의시설 설치와 한국어 수어 활성화 관련 조례를 대표 발의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연수구에서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의 장애인들인데, 배려가 너무 안 돼 있더라고요. 한 청각 장애인 분을 만났는데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한국영화는 자막 제공이 안 되니까요. 이게 현실입니다.”

 

▲바닥 민심, 끝없이 듣겠습니다

의원 일이 천직이라는 최숙경 의원. 지난 2년간 일주일에 경로당 2곳 이상을 들러 사람들과 호흡하며 바닥 민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은 그의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의원 일이 힘들다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정말 체질에 잘 맞는 거 같습니다. 평소에도 돌아다니며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했거든요. 연수구도 이제 초고령사회에 진입해서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매주 경로당을 방문하는 일은 빼놓지 않습니다.”

초고령사회는 곧 저출산과 맞물려 있다. 최 의원은 남은 의정 기간 중 넓게는 `아동복지'라 할 수 있는 출산 문제도 적극적으로 살펴볼 생각이다. 하반기 역시 기획복지위원회에 남아 활동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기도 하다.

“연수구의회에서 의원 연구 단체를 만드는데 여기서 출산 관련 제반 사업들을 만들어 장려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볼 생각입니다. 노인 복지는 국가에서 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아동복지, 출산 문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반기에도 지역을 떠나 연수구 전체를 보면서 항상 주민이 원하는 곳에서, 주민이 불러주시면 찾아가 문제를 듣고 해결할 수 있는 의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