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투병 계기로 천주교에 귀의
봉사로 가톨릭 사랑 부문 대상 수상
`내가 먼저 희망이 되어야지' 출간도

 

“당신이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사세요, 봉사와 나눔의 삶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하고 가정이 행복해지면 이웃이 행복해집니다.”

33년 동안 호스피스 봉사, 소록도 한센인 봉사, 병원 원목 봉사자로 죽음을 앞둔 이들을 위해 `자비의 삶'을 살아온 안여일(데레사·78·수원교구 별양동 본당)씨의 조언이다.

그의 이런 헌신적인 삶은 40대 중반에 찾아온 유방암이 계기가 됐다.

쓰던 일기장과 사진을 다 태워버릴 정도로 충격을 받은 안씨는 자신을 수술해준 의사의 권유로 종교에 귀의했고, 신앙심이 깊어지면서 덤으로 얻은 생명을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했다.

“죽음은 절친한 친구입니다. 친구가 찾아왔을 때 벌거벗은 모습으로 고해성사하고, 정성껏 대접해야 모든 것을 털고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찾아온 죽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기도 소리가 듣기 싫다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하고, 눈길조차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환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은 하나같이 지난날을 후회합니다. 앞만 보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해온 봉사는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이 화해하고 용서하도록 이끄는 일이었습니다.”

안씨는 반평생을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살아온 공로로 2017년 명동성당에서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단체협의회가 수여하는 가톨릭 사랑 부문 대상을 받았다.

본당 연령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노숙인과 무연고자들의 장례를 손수 치러주고,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을 위해 물심양면 희망과 용기를 전해온 점 등이 평가를 받았다.

그는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같은 해 `내가 먼저 희망이 되어야지'란 책자도 냈다.

200여 쪽에 이르는 이 책에는 오랫동안 미워한 시어머니와 남편을 용서한 암 환자 등 세상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평화롭게 떠난 이들의 이야기와 5년 만에 재회한 노숙자를 집으로 돌려보낸 일 등 그간 베풀며 살아온 삶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면 하나님께서 주신 우리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주변의 아프고 힘든 이웃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출간 소외를 밝혔다.

안씨는 반평생 암 환자, 독거노인, 노숙자 등에게 친구가 돼 줬고, 특히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는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도우며 그들의 임종을 함께했다.

안여일씨는 “죽음은 아프지만 깨달음을 준다. 절망 속에 병마에 시달리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모든 이들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과 화해하고 용서하며 하나님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년이 다 된 지금 삶과 죽음 공간에서 그가 터득한 것은 한 번 더 생각하는 `느림의 행복', 모든 것을 나눠주는 `비움의 행복'이었다.

/글·사진 과천=신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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