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음식점마다 배달을 맡는 종업원이 따로 있었다. 중국집 `철가방'이 그 원조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배달의 민족'이 등장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석권해 나갔다. 원래 배달(倍達)민족은 단군(檀君)의 단을 박달 혹은 배달로 부르는 데서 기원한다. 그 배달을 이 배달(配達)로 살짝 바꿔친 작명이나, `우아한 형제들'이라는 회사 이름도 좀 기발한 구석이 엿보였다. 그런데 한창 고공행진을 구가하던 중임에도 독일 기업에 넘겨버렸다. 당장 `게르만 민족'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얼마 안가서 현실로 나타났다. 배달 수수료 대폭 인상이었다. 안그래도 어려운 소상공인들에 코로나 사태까지 덮친 판이라 비난이 쏟아졌다. 깜짝 놀란 게르만 민족이 곧바로 사죄했다.

▶배달의 민족 사태에 대해서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세게 대응했다. 마치 코로나 사태 초기 가평으로 쳐들어가던 기세를 연상케 했다. “독과점 기업의 과도한 집중으로 경제적 약자에 대한 착취나 수탈이 일상화될 수 있다”며 “배달앱 분야 기업결합의 문제”라 했다. 지방소득세는 제대로 내는지, 납세소득 결정에 문제가 없는지 세무조사도 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경기도형 공공배달앱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음식 배달이라는 민간 서비스 시장에 지방정부가 본격 뛰어들겠다는 선언이다. 소상공인들의 수수료를 거의 없이해 주는 공공재 배달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배달앱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공공재는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쓸 수 있어 좋지만 누군가는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바로 국민 세금이다. `시장의 실패'를 치유하고자 직접 개입할 때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정부 실패'라는 경제학 이론도 있다. 서울시의 `제로페이'도 타산지석으로 인용된다.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화하려 했지만 소상인_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당한 전철이다. 찬성론도 만만찮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독과점 기업 견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원에서도 민간 시장 참여가 시도됐던 모양이다. 수원문화재단에서 행궁동의 전통문화관에서 셀프 사진관을 개업하려 한 것이다. 셀프 사진관은 스튜디오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혼자 또는 친구, 가족, 반려동물과 스스로 촬영하는 신업종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전통문화관 주변에는 이미 여러개의 민간 셀프 사진관들이 성업 중이었다. 이들은 “공공기관이 왜 힘없는 소상공인들의 장사에 숟가락을 얹으려드는지 모르겠다”는 항변이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의 시장 참여는 섣불리 나설 일이 아닌 것 같다. 공무원들의 사업 수완이랬자 안봐도 뻔한데 산전수전의 민간 업체와 경쟁이나 되겠는가.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