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모범국' 싱가포르, 이주노동자 기숙사서 환자 폭증…"진단 늦어지면 확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관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에서 최근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중심으로 하루 수백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것처럼 특정 집단과 장소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지면 언제든 확진자가 다시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역시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위험을 찾아내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숙인, 쪽방 거주민 등의 감염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방역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방역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초발환자(감염병을 퍼뜨린 첫 환자)를 찾기 어렵고, 진단이 늦어지면서 확진자 발생 규모가 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청도대남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감염자가 늦게 발견되면서 정신병동 입원환자 120여명 전체가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도 증상이 있는 직원이 확진 전까지 한달간 출근을 하면서 100여명이 무더기로 확진됐다.

특히 코로나19는 감염자 스스로 감염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운 경미한 초기 증상, 또는 무증상인 상태에서도 바이러스 전파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전파력은 감염 초기에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심증상을 보인 환자가 병원을 찾거나 방역당국에 신고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은밀한 전파'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19 유행이 국내외적으로 종식되지 않는 이상 선제적으로 감염자를 찾는 노력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우선 이주노동자 등 감염 취약층을 대상으로 샘플링(표본) 검사를 수시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숨어있는 감염자를 선제적으로 찾겠다는 것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해 있는지, 특정 집단 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있는지 등 전반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코로나19 표본 검사, 전수검사 등 여러 방안을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러 명이 좁은 공간에 모여서 생활하거나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는 불법 체류자나 노숙자 밀집지역, 쪽방촌 등이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불법 체류자 등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 건강보험 밖에 있어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데다 무리를 지어 교류하기 때문에 감염병이 쉽게 퍼질 수 있다.

도심 곳곳에 머무는 노숙자 역시 진단검사 접근성이 낮은 집단이다. 쪽방촌은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거주자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감염병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천병철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특히 감염에 취약한 게 아니라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 공간에서 한번 감염자가 나오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며 "표본검사처럼 숨어있는 감염자를 찾는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