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민간체육회장의 각종 일탈에는 이를 방지할 관련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채 섣부르게 선거부터 치른 것이 화근이 됐다.
정작 체육회장이 예산을 만질 권한이 없어 각종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고, 정치참여를 막을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인천일보 4월23일자 1면>
23일 경기도 내 체육회에 따르면 31개 시·군 체육회에 66개 종목단체가 속해 있다. 체육회는 생활체육, 엘리트 체육 등 지역 체육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의 주체다. 하지만 지자체 `허락' 없이 자체 추진은 불가능하다. 자체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체육회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내도 지자체에 돌려줘야 한다.
각 체육회는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체육회에서 유소년 축구대회나 체육인 취업 지원 등을 하려면 `사업계획'을 세워 지자체 검토를 필수로 받아야 한다. 지자체 체육부서→예산부서→시의회 상임위 등을 모두 통과해야만 계획한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자체가 체육회 예산을 편성해줘야 할 의무도 없다.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예산 지원과 체육회 법인화 등의 법적 근거를 담은 국민체육진흥법은 지난해 7월 발의된 이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이동섭 국회의원(미래통합당·노원구을)이 발의했는데, 체육회의 안정적인 재원확보 근거를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이 통과되지 않은 한 도내 체육회장들은 선거를 치르면서 공약한 내년도 사업을 할 수 없다. 체육회장들이 낸 공약 면면을 보면 `체육회장배 신설', `종목별 해외 도시 교류', `생활체육시스템 획기적 개선' 등 예산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올해 체육회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지난해 계획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체육인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자체장에서 민간으로 체육회장이 바뀌면서 자칫 필요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에서다.
나상호 고양체육회장, 유상기 광명체육회장이 특정후보 선거대책본부장 임명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은 이유도 이런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체육회장의 정치참여를 법적으로 막을 수도 없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정치 중립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만 부분적으로 명시돼 있을 뿐 처벌 근거는 선거법과 대한체육회 정관 등에도 없다.
현재 대한체육회 체육회장을 정치 관여를 어느 선까지 제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뒤늦게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도내 한 체육회 관계자는 “체육회장에게 지역인 체육 여건을 돕기 위한 좋은 사업을 요구해도 못한다고 하면 그만”이라며 “정작 체육회장이 할 일이 없는데 이럴 거면 왜 민선으로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체육회 관계자는 “체육회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민선화 목적을 살릴 수 있다”며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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