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CO₂ 농도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1천400 ppm까지 치솟아

 

▲ [EPA = 연합뉴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증가가 지구 온난화를 넘어 도심 실내공간에서 인간의 사고능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CO₂ 배출을 현재대로 방치하면 금세기 말에는 실내 공간의 CO₂ 농도가 인류가 경험한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1천400 ppm에 달해 복잡한 전략적 사고나 기본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대기해양과학과 크리스 카르나우스카스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기 중 CO₂ 농도 예상치와 실내외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얻은 이런 연구 결과를 미국지구물리학회(AGU) 학술지 '지오헬스'(GeoHealth)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온실가스 배출을 방치했을 때 2100년의 대기 중 CO₂ 농도로 제시한 930 ppm에 이르게 되면 도심 실내 공간의 CO₂ 농도는 1천400 ppm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심 지역의 대기 중 CO₂ 농도는 평균치보다 약 100 ppm가량 높고, 실내에서는 환기시설이 가동된다고 해도 인간이 호흡하면서 내뱉는 CO₂까지 더해지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IPCC가 예측한 CO₂ 농도는 지난해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하와이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 CO₂ 농도 414 ppm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실내에서 CO₂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을 통해 혈액에 CO₂가 쌓이고 뇌에 전달되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졸음과 불안, 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CO₂ 농도가 1천400 ppm일 때 기본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25% 감소하고 전략적 사고 기능은 5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학 심리학 조교수 안나 샤피로 박사는 "CO₂ 농도가 이렇게 높은 단계에서 상당한 인지장애를 유발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면서 "일부 모순된 결과가 있고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의사결정이나 기획 등과 같은 높은 수준의 인지 영역이 CO₂ 농도 증가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은 실내 CO₂ 상승에 따른 인지 장애는 지구 기온상승을 통해 가져오는 간접적 피해와는 달리 바닷물의 산성화처럼 직접적인 피해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교실에 앉아있는 어린 학생부터 사무실과 아파트 등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실내 CO₂ 농도 상승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마련될 수 있으나 최선의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면서 파리 기후협정에서 합의된 온실가스 저감 전략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인지장애와 같은 기후변화의 '숨겨진' 영향에 대한 연구를 촉발하길 희망했다.

카르나우스카스 부교수는 "인지장애는 복잡한 문제이고 이번 연구 결과는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단순히 CO₂ 농도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구 전체의 CO₂ 배출량부터 도심 환경에서의 농도, 실내 농도,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다루는 광범위한 학제 간 연구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