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되새길 곳에 '납골당' 악평
정부 안산 국립트라우마 센터 추진
`유가족 전용' 오해…모두 이용 가능
'세월호 참사'는 재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를 뒤바꿨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움직이도록 했다. 추모·안전·치료 공간과 시스템이 그 초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혐오감을 드러내는 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근거 없는 소문은 6년 전 다짐을 무색케 하는 형국이다. 현재 상황과 사실은 어떨까. ▶관련기사 19면
# “주민 다니는 곳에 납골당?”… 취지 뭉개진 공간
안산시는 지난 17일 '4·16 생명안전공원(가칭) 건립'과 관련한 설계용역에 착수했다. 이는 앞서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의결한 사안이다.
생명안전공원은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남측 유휴지 2만3000㎡에 추모시설, 도서관, 시민편의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일부 시민들의 항의가 속출했다. 지금까지 시에 민원이 접수된다. 주로 “시민 공간을 왜 희생자 공간으로 바꾸느냐”는 내용이다.
화랑유원지는 시민이 편하게 이용한 장소였던 만큼, 급변화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불필요한 오해와 과한 혐오다.
공원 한복판에 마치 납골당 같은 시설이 들어서고, 공공장소가 유가족 소유물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적 이용수단이라는 악평까지 등장했다.
안산시청 일대에 '세월호 납골당은 종북좌파의 성지가 된다'는 등 의견이 담긴 현수막이 단골로 내걸려왔다. 다수에 둔 초점이 완전히 흐려진 것이다.
생명안전공원은 근본적으로 후세대가 참사 의미와 교훈을 일상에서 깨달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종 시설을 예술로 승화한 혁신적인 공간으로 나아간다.
가장 문제가 된 봉안당의 경우 지하화로 예정됐다. 시민 이용 편의를 지키는 차원이다.
유독 국내만 참사를 질질 끈다는 주장도 있지만, 해외는 이미 택한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01년 9월11일 뉴욕에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추모공원을 만들었다.
조성 취지는 '희생자와 안전의 기억'. 안산 생명안전공원과 동일하다. 2011년 개장한 뒤 명소로 불리고 있다.
시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는 용역에 '국제공모' 방식을 택했다. 세계 각국의 전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석종 안산시 세월호참사수습지원단장은 “2018년부터 시민, 시민단체 유가족, 여·야 정치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가 수차례 개최한 토론회에서 다수 찬성으로 나타났다”며 “시민들의 염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혐오적인 요소는 없다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전문가도 필수라는 '권역 트라우마센터', 유가족 전용?
재난은 정신적 고통, 이른바 '트라우마'로 이어진다. 트라우마는 쉽게 치료하기 어려운 고질병인데, 안타까운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까지 세월호와 관련된 유가족 등 1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실제 지병 사망 등 수는 더욱 많다. 미국은 9·11테러 뒤 트라우마 치료·지원체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국내는 트라우마를 전문적으로 다룰 시설 하나 없었다가, 2018년 국립정신건강센터(서울 소재) 내 트라우마센터가 최초로 문을 열었다.
전문가 열에 아홉은 중앙 유일 체계의 한계 등을 근거로 경기지역 트라우마센터 건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해왔다.
안산시에 온마음센터가 있지만, 임시형태여서 치료 연계 불가 등 단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지난 2월 정부가 안산에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가칭) 건립 관련 예산반영을 시작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유가족 전용병원을 왜 짓냐”는 것이다.
사실은 모든 대상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메르스·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성범죄 피해자 등 트라우마를 겪는 시민들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트라우마 전문가'인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재난 피해자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모든 트라우마는 신체적인 문제도 낳기 때문에 반드시 지원범위를 개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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