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궁내막증 여성의 가임력을 보존해 미래 임신을 준비하도록 하는 ‘난자 동결보존법’의 효용성을 입증한 결과를 내놨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난임·가임력보존 클리닉 이정렬 교수 연구팀(김세정 전임의)은 자궁내막증이 치료 없이 방치될 경우 난소 기능이 저하되며 치료를 위한 수술 시에도 난소 기능이 더욱 저하될 수 있는 만큼 미리 난자 동결을 통해 가임력을 보존해야 한다고 20일 밝혔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이외의 난소, 나팔관, 복막 등에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가임기 여성의 6~10%에서 발생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고 그 발생 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자궁내막증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방법 중 난자 동결보존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를 설계했다.


자궁내막증 중에서도 난소에 자궁내막종이 발생한 여성을 대상으로 수술 전 난자를 채취해 동결 보관하고 그 후에 자궁내막종을 수술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난소 자궁내막종이 있는 환자 중 난소 기능이 저하돼 있고, 임신 계획이 있는 34명을 대상으로 총 50주기의 과배란 유도를 통해 난자를 채취해 동결 보존한 후 수술을 했다.


연구 결과, 연구 대상자의 수술 전 자궁내막 종 크기는 평균 6.0cm, 평균 나이는 30.7세였다.


난소 기능(AMH, 항뮬러관호르몬) 수치는 평균 1.85ng/mL로 나이에 비해 저하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기 당 채취된 난자 수는 평균 6.3개, 동결 보존된 난자 수는 자궁내막종이 한쪽에만 있는 경우 5.7개, 양쪽에 있는 경우는 4.1개로 확인됐다.


또 1~3차례 반복하면서 난자 채취를 시행했는데, 난자의 수는 감소하지 않았다.


동일 연령의 자궁내막종이 있는 여성과 없는 난임 여성을 비교한 결과, 자궁내막종 여성에서 채취된 난자수는 5.4개, 그렇지 않은 여성에서 채취된 난자수는 8.1개였다.


자궁내막종이 있는 여성은 같은 연령에도 불구하고 난소기능이 떨어져 채취되는 난자수가 더 적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렬 교수는 “자궁내막종이 있는 여성은 난소기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고 수술 후에는 더욱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미혼이거나 출산 계획이 있다면 수술 전 가임력 보존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수술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전 난자 동결보존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산부인과 생식내분비 분야 저명 저널인 ‘리프로덕티브 바이오메드신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 5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