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웃고 안상수·유정복 울고
'유리천장'에 막힌 남영희·전희경
'이정미 효과' 정의당 지지율 견인
13일간의 열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리며 인천 정치에 큰 획이 그어졌다. 인천 13개 선거구 중 더불어민주당이 무려 11곳을 획득했고, 이는 사상 첫 두 자릿수 당선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인천 정치지형에 상당한 변화도 감지된다. 미래통합당은 중진 상당수가 낙선하며 정치 생명에 적신호가 켜졌고,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 21대 총선에서도 인천은 '여성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했고,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정의당은 고전했다. 4·15 총선이 남긴 굵직한 사건을 되짚었다.

▲엇갈린 전직 시장들의 운명
이번 총선에는 민선 3·4대 안상수 전 시장, 민선 5대 송영길 전 시장, 민선 6대 유정복 전 시장이 모두 출마했다. 이들은 정치 명운을 걸고 총선에 뛰어들었다. 당선되면 당권은 물론 대권에까지 도전할 수 있는 중진급 이상의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하지만, 낙선되면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고 정계 은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송 전 시장은 계양구을에서 5선 고지에 오른 반면, 동구미추홀구을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안 전 시장은 4선 문턱에서 좌절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남춘 시장에게 패한 뒤 정치 재기를 노렸던 3선 출신 유 전 시장 또한 남동구갑에서 통합당 후보로 나왔지만 금배지를 놓쳤다. 송 전 시장은 당권에 이어 대권 야망을 품었고, 안 전 시장은 고령 탓에 다음 총선을 노리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 전 시장은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연달아 낙선하며 정계 복귀를 위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여성에게 높은 지역구의 벽
인천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은 이번에도 탄생하지 못했다.

인천에서 4·15 총선 지역구 후보로 완주한 여성 후보자는 13명. 국가혁명배당금당 6명, 정의당 2명,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민중당·우리공화당이 1명씩을 냈으며 무소속 1명이 나왔다. 대부분은 당선권인 1~2위를 넘보지도 못했다.

유일하게 동구미추홀구을에서만 초접전 양상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후보는 겨우 0.1%, 171표 차이의 2위로 기록됐다. 현직 프리미엄을 업은 미래통합당 전희경(동구미추홀구갑) 후보는 득표율 42.1%로 탈락했으며, 정의당 이정미(연수구을) 후보는 18.3%의 지지를 얻어 3위에 머물렀다.

'인천 최초의 여성 지역구 의원' 타이틀은 또 다시 4년 후를 기약하게 됐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에서 홍미영 전 의원이 비례대표로 선출된 사례는 있으나 지역구 당선자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전국 253개 선거구에서 여성 당선인은 29명(11.46%)이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12명)·경기(11명)에 몰려 있다.

▲'이정미 효과' 정의당 정당 득표 선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마저 1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며 고전한 인천 선거판에서 나머지 정당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나마 대안 세력의 가능성을 엿보인 부분은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이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는 정당 투표를 통해 정의당은 인천에서 11.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0%대를 얻은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제외하고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은 정당은 정의당뿐이다.

정의당이 인천에서 획득한 지지율은 전국 합계 9.67%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전국에서 제주(12.89%)·세종(12.27%)·전북(12.01%) 다음으로 높다.

정당 투표에서 보여준 정의당의 선전에는 '이정미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는 연수구을에 출마했지만 3자 구도에서 거대 양당에 밀렸다. '사표 심리'가 작동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연수구을에서 터를 닦은 이 전 대표는 정당 투표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연수구에서 정의당은 16.4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인천 10개 군·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주영·이순민·김은희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