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신서면 주민 A씨는 감기에 걸리거나, 배가 아프면 편의점으로 향한다. 해열·진통·소화제 같은 비상약을 사기 위해서다.

그는 "주민 2836명이 사는데도 병원과 약국이 없다"며 "급하면 편의점에 가야 한다. 이런 현실이 서글프다"고 하소연한다.

신서면보다 인구가 적은 장남면(727명)과 중면(195명)의 상황은 더 나쁘다. 두 마을엔 병원·약국은 고사하고, 비상약을 파는 편의점마저 없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잦다.
연천군의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연천 인구는 4만3552명(3월 말 기준)이다. 하지만 10개 읍·면을 통틀어 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경기도내에서 유일하다.

병의원 37곳이 있지만 병상이 30개 미만이다. 여기에 약국은 22곳뿐이다.
문제는 의료 인프라 부족 현상이 지역 안에서 더 심하다는 점이다.

현재 병의원 30곳은 1만9135명이 사는 전곡읍에, 나머지 7곳은 7953명이 거주하는 연천읍에 몰려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군남·청산·백학면 등 8개 지역엔 병의원이 전무하다.
특히 미산면(1773명)과 왕징면(1030명) 등 5개 지역엔 병의원뿐만 아니라 약국도 없다.
이는 의료 취약지역으로 분류된 1989년부터 31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도 지칠 만큼 지쳤다. 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병(의)원과 약국이 농촌 마을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병(의)원과 선뜻 문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군은 하반기 신서면보건지소엔 치과를 개설하고, 청산면보건지소엔 치매 쉼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일각에선 군 보건의료원을 도 의료원(도립병원)으로 전환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보건 사업과 진료 기능을 분리해 내과·외과·정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낫다는 취지에서다.

실제 경북 울진군이 이런 방식으로 의료 인프라 부족 현상을 해결했다. 경기도와 연천군이 주목할 대목이다. 31년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할 때다.

황신섭 경기북부취재본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