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막아...어르신 "잊지 않겠다"

보이스피싱에 속아 노후자금 3000만원을 날릴 뻔한 70대 할머니를 도운 현직 경찰관의 선행이 귀감이 되고 있다.

군포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하는 정명우(경장·29) 형사가 그 주인공. 정 형사는 비번 날인 지난 8일 낮 12시30분쯤 군포시 내 은행에 일을 보기 위해 들어가는 길에 은행 앞에서 우연히 70대 할머니 A씨와 마주쳤다.

A씨는 휴대전화를 받으면서 불안감에 휩싸여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행동을 수상히 여긴 정 형사는 A씨 곁에서 10분가량 전화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

"돈을 인출하지 않으면 아들 팔을 자르겠다"며 화난 목소리로 A씨에게 내뱉는 협박성에 가까운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정 형사는 보이스피싱을 직감했다. 이어 정 형사는 A씨에게 도움을 주려 접근했으나 아들이 위험에 빠질까 걱정하던 A씨에게 접근을 거절당했다. 정 형사는 포기하지않고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며 친절하게 말을 건네며 안심시킨 뒤 A씨로부터 아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정 형사는 아들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아들의 안전을 확인했다. 이들은 A씨에게 "아들을 납치했다"며 현금 5000만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보이스피싱 일당의 지시대로 은행을 찾아 수중에 있던 3000만원 전액을 인출한 뒤 안양 모처에서 사기범에게 직접 돈을 건네려고 택시로 이동하려던 순간이었다. 이날 인출한 돈은 남편, 아들과 함께 살면서 노후자금으로 쓰기 위해 평생 모은 전 재산으로 알려졌다.

A씨는 "농사로 힘들게 모은 소중한 전 재산을 한 순간 보이스피싱으로 잃을 뻔했는데, 이를 막아준 경찰관에게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평생 잊지 않고 살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형사는 "평소 범죄자를 잡는 일을 하다 보니 A씨의 행동이 의심스러워 습관처럼 나섰다"며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씨에게 전화를 건 보이스피싱 일당의 행방을 쫓고 있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