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보물'이 된 1972년판 <김찬삼의 세계여행> 전집


얼마 전 인천시립박물관은 희귀본 '김찬삼의 세계여행' 전집을 기증받았다. 1958년부터 1970년까지 3차례에 걸쳐 세계일주여행을 한 김찬삼은 1972년 6권짜리 전집을 발간했다. 당시 좀 산다는 친구 집의 책꽂이에는 월부로 구입한 이 책이 장식품처럼 꽂혀 있었다. 원색 화보에 담긴 각국의 도시 풍경과 풍물은 단번에 시선을 빼앗았다. 사춘기를 막 넘긴 시절이라 비키니나 핫팬츠 등 노출이 심한 여성들의 사진을 마치 도색잡지 훔쳐보듯 했다. 1984년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해방 이후 1980년까지 베스트셀러 131종을 전시한 '전국 책 박람회'를 개최했다. 이광수의 '사랑', 김구의 '백범일지', 심훈의 '상록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등과 함께 '김찬삼의 세계여행'이 끼어있었다.

김찬삼(1926~2003)은 황해도 신천에서 출생했지만 본적이 인천 중구 내동 162번지인 인천인이다. 1972년 책 인세를 받아 영종도 중산리 산 75번지 바다 언덕에 약 9000㎡ 땅을 마련했다. 별장을 짓고 긴 여행에서 돌아오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행기를 집필했다. 2001년 그의 아들 김장섭 씨가 기념관, 여행도서관, 카페 등을 갖춘 '세계여행문화원'의 문패를 달고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나는 당시 이곳을 몇 차례 방문해 세계여행의 루트를 그리곤 했다. 영종도 개발 청사진에 포함되자 유족과 인천시는 '김찬삼 세계여행박물관' 계획을 세웠으나 수포로 돌아갔고 아쉽게도 2013년 철거되었다. 현재 이 부지에는 영종역사관이 들어섰다.

김찬삼은 평소 영어 공부보다 미소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미소는 세계공용어로 어떤 상황에서도 통할 수 있는 비밀병기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나도 봇짐 싸서 어디든 방랑부터 해야겠다. 그날을 꿈꾸며 지금부터 웃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 "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