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체육회장 선출 후 연결고리 끊겨
재정지원 지속 불구 영향력 행사 못해
시체육회, 최대주주 자격 막대한 권한
구단, 갈등상황 대비한 안전장치 원해
주식 기부채납 통한 통제권 이양 관심
올해초 1월6일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 FC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인천시
올해초 1월6일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 FC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인천시

민선 체육회장 시대를 맞아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긴 인천시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과거 인천시장이 체육회장을 겸직하던 시절에는 최대 주주인 인천시체육회를 내세워 인천유나이티드를 통제할 수 있었지만, 민선 체육회장 체제가 들어서 시체육회와 인천시가 별개의 조직이 돼 과거와 같은 시스템 작동이 더 이상 불가능해 진 것.

이에 전전긍긍하던 인천시는 최근 도체육회 소유 주식을 기부받아 경남FC 최대주주가 된 경상남도 사례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를 인천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 지 연구 중이다.


▲인천UTD와 연결고리 끊겨 전전긍긍

현재 인천유나이티드의 주요 주주는 인천시체육회 13.71%, 고려용접봉㈜ 3.58%, A씨 3.58%, B씨 2.90% 등이다.

나머지 76.23%는 주로 소액주주다. 인천시 지분은 없다.

과거 인천시장이 시체육회장을 겸직하던 시절, 인천시는 인천유나이티드 최대 주주인 인천시체육회를 내세워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인천시체육회를 통해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대표이사와 이사 등 임원의 해임과 임명 권한을 손에 넣고 주무를 수 있었다.

인천시장과 인천시체육회장이 같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체육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직을 겸할 수 없다'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최근 민선 체육회장이 뽑히면서 인천시와 체육회는 별개의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시는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여전히 시장이 인천유나이티드의 구단주여서 인천시는 해마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해야 함에도, 주식 한 주 없는 상황에서 주식회사 인천유나이티드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은 없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최대주주인 체육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인천시장(구단주) 뜻과 무관하게 구단 대표이사 해임이나 임명을 추진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구단주(인천시장)와 최대주주(인천시체육회장) 사이가 자칫 어긋나 갈등이라도 생기면, 인천유나이티드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으로 언젠가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인천유나이티드 역시 '안전장치'를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


▲경남체육회, 경남FC 주식 도에 기부

이 때문에 인천시는 최근 벌어진 경상남도와 경남체육회의 경남FC 주식 기부채납 사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상남도는 최근 경상남도체육회가 소유한 경남FC 주식 11만6600주를 기부채납 받아 도민프로축구단 경남FC의 최대주주가 됐다.

경남FC 최대 주주였던 경상남도체육회가 올해 초 민선 체육회장을 뽑은 후 구단에 실질적인 재정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경상남도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도체육회는 경상남도와 협의해 주식의 기부채납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경남FC도 보조를 맞췄다.

주주총회를 열어 구단주를 기존 도체육회장에서 도지사로 변경했다.

앞서 도민 구단인 경남FC의 경우 도지사와 도체육회장 겸직이 가능하던 시절에도, 구단주 자격을 경남도지사가 아닌 도체육회장에게 부여했다.

당시 도지사와 도체육회장은 물론 같은 인물이었지만, 경남FC 구단주는 도지사가 아닌 도체육회장 자격으로 맡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도체육회·경상남도·경남FC는 각각 관련 절차를 밟아 나갔고, 결국 지난달 5일 도 공유재산심의회와 도의회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일을 마무리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인천시는 해당 사례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이 성사되려면 인천시체육회라는 파트너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접근은 매우 조심스럽다.

인천시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 경상남도 사례에 무척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자체적인 검토 단계이기 때문에 시체육회에 어떤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이 사안에 대해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유나이티드 관계자는 "구단주와 최대주주가 달라 향후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지 모른다. 구단 입장에선 안전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