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고 문호를 닫아 서로 통상·교역을 금지하는 게 쇄국정책(鎖國政策)이다. 외국과 문물 교류에 힘쓴 고려와는 달리 조선왕조는 건국 초부터 쇄국정책을 고수했다. 게다가 조선 말 구미 자본주의 나라들이 개방을 요구하자, 더 완강하게 쇄국정책을 펼쳤다. 19세기 말 조선 땅엔 구미 여러 나라에서 상선과 무장함대를 이끌고 자주 나타났다. 그 중 프랑스·미국·영국 등의 침범이 심했다. 잘 알려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등은 그래서 일어난 난리다. 조선이 당면한 '역사적 과제'는 외국 선진 과학기술을 받아들여, 나라의 발전과 근대화를 이루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민족적 과업을 인식하지 못한 채 쇄국정책에 매달리다 결국 나라를 잃는 과오를 저질렀다.

바야흐로 전 세계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이미 확진자가 110만명, 사망자가 6만명에 달한 상황에서 국가마다 문을 걸어잠근다. 각 나라에 이르는 하늘길은 벌써부터 막혔고, 육로에도 빗장을 걸었다.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국가 간 무역통상도 중요하지만, 백성들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단일 인명사고론 가장 많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자가격리·외출 금지 등은 마치 일상처럼 됐다. 그만큼 사람 '사이'를 벌려놓는다. 서로 관계를 맺지 않고 살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지 않은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나라별 '新(신) 쇄국정책'이 진행될까 걱정이다. 기우(杞憂)에 그쳤으면 한다.

누구나 먹고살려고 발버둥치는 마당에, 이 무슨 날벼락인가. 미국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가 1000만명을 넘었다고 하니, 심각함을 넘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인 듯싶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어느 나라도 경제를 장담할 수 없다. 국가마다 빗장을 친 상태에선, 그 어떤 교역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는데, 그 곳간이 텅 빌까봐 우려스럽다. 여기저기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닌데, 누구한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겠나. 어렵게 사는 이웃들에겐 더욱더 버거운 날들이다.

코로나19가 몰고온 재난은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지 모른다. 끝모를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전염병은 우리 생활방식 전반을 되돌아보라고 요구한다. 이제 누구든지 욕심과 욕망을 줄여 '간소화한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 인류가 지금의 방만한 생활을 유지하다간, 또 다른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아무튼 거칠게 부는 코로나19 바람이 잠잠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