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방어장치와 사법시스템이 얼마나 허접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본보에 제보된 내용을 토대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결과 충격적인 속살이 드러났다.

가해 남학생들은 사건 당시 피해 여학생을 아파트 지하 헬스장으로 유인한 뒤 강제로 과량의 술을 먹였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편의점에서 소주 6병과 맥주 4캔은 샀는데 업소 주인은 학생인 줄 알면서도 술을 판 것으로 밝혀졌다. 음주·흡연을 하는 학생들에게 흔히 '뚫리는 곳'으로 불리는 업소였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성폭행하기 위해 주차장 등을 거쳐 지하 계단으로 갔다가 생각을 바꿔 엘리베이터를 타고 28층 옥상 계단으로 올라갔다. 가해자들은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질질 끌고 지하에서만 100여m를 이동했음에도 어떠한 제동을 받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 이동 장면을 처음 확인한 것도 피해자 측이었다. 피해자 가족이 사건 후 36시간이 지난 무렵 아파트관리소를 찾았을 때까지 관리소는 CCTV를 점검하지 않고 있었다.

경찰의 태도는 더 기가 막힌다. 사건 직후 피해자 어머니가 신고했음에도 경찰은 6일이 지난 뒤에야 CCTV를 들여다봤다. 사건 발생 시점도 경찰의 무사안일을 방증한다.

가해자들은 지난해 10월 초 피해자 후배인 A군에게 폭행 및 금품갈취를 했다. A군 어머니가 신고하자 경찰은 10월18일부터 3월31일까지 A군에 대한 신변보호조치를 했는데, 범행은 이 기간 중인 12월23일 이뤄졌다.

이날 A군은 가해자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피해자를 불러낸 것이다. 가해자들은 이전에도 다른 여학생에게 술을 먹인 뒤 성희롱하고 화장실에 감금한 적이 있으나, 학교 측은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학교 교감은 오히려 피해자 어머니에게 "학교 이름이 알려지면 문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소년 일탈이 점점 엽기화되는 현실에서, 경찰과 교사들의 청소년 범죄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일하고 망측하다. 만약 자기 자식이 같은 일을 당했다면 그런 식으로 대처했을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