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새싹이 돋아나는 봄처럼 생동감 넘치는 음악으로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한 편의 오페라를 소개한다. 어렵다는 오페라의 무게는 빼고 재미는 더하고, 뮤지컬 보다 쉽고, 영화보다 재미있는 오페라. 봄처럼 따스하고 즐거운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사랑의 묘약을 쓴 사람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이다.

<사랑의 묘약> 스토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농촌을 무대로 소박한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사랑의 이야기이다.

19세기 이탈리아 바스크 지방 시골의 젊은 농부 네모리노는 아름다운 지주의 딸 아디나를 짝사랑한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에게서 '사랑의 묘약'을 구입한다.

하지만 묘약의 정체는 포도주인 터라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네모리노는 그저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져 노래를 부른다. 아디나는 마을을 찾은 군인 벨코레의 청혼에 응하지만 막상 결혼 계약서를 앞에 두고 서명을 미룬다. 네모리노는 둘카마라에게 새로운 묘약을 살 돈을 구하기 위해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그가 친척에게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아 부자가 되자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관심을 표한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네모리노는 자신이 둘카마라에게 산 새로운 약의 효력이 듣는 거라고 믿는다.
한편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군대에 들어갈 생각까지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감동한다. 벨코레에게 네모리노의 군입대 계약서를 찾아온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그것을 내밀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최고의 예술로 만든 것은 바로 오페라의 힘이며 도니제티의 천재성이다. <사랑의 묘약>에는 시종 유쾌한 음악이 계속되는데 끊임이 없는 즐거움은 관객들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지겨운 대목은 거의 없으며, 처음 듣는 사람도 극중으로 빨려들어가는 매력이 있다.

또 순진무구한 네모리노나 깜찍하고 지혜로은 아디나 그리고 익살맞은 둘카마라 박사 등은 모두 오페라 속의 잊을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사랑의 묘약> 속의 수많은 아름다운 아리아들 중에서도 테너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 유명하다.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사랑을 확신하게 되는 감격적인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로 오늘날 이 아리아는 남자주인공의 진실한 마음을 담은 절절한 노래로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리아가 됐다.
이 오페라의 위대함은 바로 아디나와 네모리노의 순박하고 진실한 사랑에 있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성찰 끝에 네모리노를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둘카마라의 약이 엉터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약보다도 마음이 우선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을 관용으로 껴안는다. 등장인물도 그렇고 내용도 바보스러운데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에 하나이다. 본능적으로 선이 악을 이기고 힘든 현실을 이겨내서 결국은 최종 승리자가 되는 해피엔딩 작품이다.

요즘 힘든 현실 속에 봄날의 화사함을 느끼기는 어려워졌지만 봄은 시작, 희망을 나타내는 계절인 만큼 곧 모든 것이 좋아지기를 희망한다.

지친 삶에 이따금 '사랑의 묘약'(치유의 묘약)을 먹고 기운을 차려 다시 한 번 현실이라는 아디나에게 도전해보는 멋진 네모리노들이 되길 바란다.

김승희 아마티앙상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