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은 "우리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막으려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또 다시 대통령 탄핵이 화두로 떠오르는 현실에서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있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193대 2로 가결되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145석, 열린우리당 49석, 새천년민주당 57석, 자유민주연합 10석이었는데 열린우리당은 표결에 참가하지 않았다. 가결 직후 박근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본회의장을 누비고 다니는 장면이 방송에 중계됐다. 반대 2표는 새천년민주당 이낙연과 자민련 김종호 의원이었다.

탄핵의 주된 사유는 노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국민이 (여당인)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이었다. 다른 나라의 탄핵 사례에 비추어볼 때 하품이 나올만한 이유지만, 한나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발언 직후 탄핵을 밀어부쳤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그런 것 가지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냐'는 민심이 들끓어 여론조사 결과 '탄핵 반대'가 78.2%였다.

이에 힘입어 열린우리당은 4월 열린 17대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했다. 다음달에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했다. 당시 탄핵을 주도한 박근혜는 대통령 임기 중에 탄핵당한 뒤 감옥에 갔고, 탄핵에 반대한 이낙연은 현재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새천년민주당에서 탄핵에 앞장선 추미애 의원은 낙선한 뒤 참회한다며 삼보일배를 펼치는 등 후폭풍이 1년 이상 이어졌다.

이런 복잡한 사정이 있었기에, 이번에 탄핵을 거론한 쪽은 마음 한편으로 꺼림직한 구석이 있을 것 같고, 다른 쪽은 또 다른 역풍을 기대하면서 미소짓고 있는지는 모른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주 열린 관훈토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O, X'로 답해달라는 요구에 "O, X로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게 정답이다. 탄핵이라는 말이 지닌 폭발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만약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된다면 사유가 뭐가 될지 궁금하다.

보수정당의 그간 기조로 보아 '무능' '경제실책' '친북' '코로나 대처 실패' 등이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탄핵을 거론한 정당의 전략이 맞아떨어질지, 아니면 유탄을 맞을지는 이번 총선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