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아수라장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기세로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처음 10만명에 이르기까지 67일이 걸렸다.
그러나 20만명은 11일, 30만명은 4일이 필요했을 뿐이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팬더믹)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하루에만 1000명이 넘게 죽어나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걱정없다던 미국 확진자 수는 이미 5만명을 넘어섰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휴교와 재택근무에, 심지어 비필수 업소 영업금지와 이동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경제 피해는 눈덩이다. 생산 활동은 제약을 받고 소비는 얼고 있다. 여기에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로 급락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시장은 최악이다. 전세계 증시는 지난 한달 간 시가총액은 무려 3경2000조원이 날아갔다.

세계 각국은 너도나도 긴급 재정대책을 내놓고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강력한 무제한 양적완화책을 내놓았을 정도다.

이렇게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는 생활 속에 정보기술(IT)의 적극 활용을 유도했다. IT와 결합된 서비스는 본의 아니게 라이프 사이클 변화의 촉매재가 됐다. 특히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소비자의 다양한 서비스 경험을 확대했다.

다른 나라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키트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바이오와 IT 융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커피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차용한 '드라이브 스루' 진단 시스템은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휴교와 재택근무, 온라인 장보기 등 새로운 생활 패턴은 기존 질서의 변화를 요구했다. 휴교는 온라인 교육의 보편성을 시험하게 됐다. 재택근무 확대는 그동안 외면받아온 원격관리 기술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이밖에도 택배를 기반으로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 건강식 배송 등은 소비행태를 크게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의 최대 수혜자는 OTT 서비스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극장이나 공연장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 공연이나 영화감상은 TV나 컴퓨터, 모바일로 해결해야만 했다. 상황이 이러니 푹, 뷰잉, 텔레비,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각광을 받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검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6주, 길어도 10주 안에는 진정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끝이 있게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상거래는 이미 대세가 된지 오래다. 기업이나 소비자는 편리함으로 무장한 온라인 서비스를 더욱 확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일방향이 아닌 소비자 니즈에 어울리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생산과 배송, 고객관리, 마케팅 등 기존 전략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안일하게 대응했다간 지속가능 경영을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어서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는 기회를 얻었다. 온라인 구매 등 소비심리 변화에 적응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서비스 진화를 예고하는 셈이다.

코로나19는 지구촌에 심각한 위기를 던졌다. 그렇지만 생활 속에서 기대보다 더뎠던 '디지털 라이프'에 날개를 달아 줬다. 위기는 늘 기회를 품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완식 H&J 산업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