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력단절 해법은
김 소장, 노동환경 지속 연구·개선을
이, 삶의질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김, 젠더·세대간 갈등 … 인식 바꿔야
강, 중추적인 역할은 경영자 마인드

직장문화 개선 어떻게
김 센터장, 외국 유연한 노동 적용을
강, 시간 재배치·노사정 공동 노력을
이, 시간-생산성 절충이 보다 효율적
김, 신뢰 밑바탕·현장 편의성 높여야

 

 

 

 

 

▲ 31일 수원시 영통구 코트야드메리어트 호텔에서 인천일보와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광역새일센터가 공동 주최한 '직장문화 개선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이 직장문화 현실과 개선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31일 수원시 영통구 코트야드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인천일보와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광역새일센터가 공동 주최한 '직장문화 개선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직장문화 현실과 개선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일하는 여성이 늘고 저출산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다양한 일·생활 균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확대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각종 제도가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워킹맘의 '과로'는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직장문화 개선이 시급하다.

인천일보와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광역새일센터는 '일·가정 양립을 넘어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위한 직장문화'를 주제로 31일 코트야드메리어트 수원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갖고, 직장문화의 현황과 문제점, 해법 등을 모색했다.

 

 

<참석자>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명열 (주)이앤아이씨 대표
김영주 일생활균형연구소장
김용문 경기도외국인투자기업지원센터장
박현정 인천일보 경기본사 문화부장(사회)

사회=현재 일·생활 균형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하다. 이같은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주 일생활균형연구소장=성별 임금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근무환경 격차 등 노동시장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다양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노동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노동자와 고용주 간 협력 관계의 모델도 정립해야 한다. 노동자와 고용주를 선악의 구조가 아닌 협력적인 관계로 보는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일·생활 균형 제도의 급진적인 도입보다는 단계적인 적용도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제도의 도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제도 정착으로 이어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열 (주)이엔아이씨 대표=제도에 대해 개념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대다수다. 대개의 기업인들이 시대의 흐름에 상응하기보다 상충하는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조업계는 근로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한다고 보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 정부가 법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놓았지만 생산량 증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책들은 무의미해진다.

김용문 경기도외국인투자기업지원센터장=여성의 일·가정 양립은 어렵다. 관련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젠더와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결혼한 여성 노동자와 독신 여성 노동자, 남성 고위직급 노동자와 여성 하위직급 노동자 간 가치와 이해관계 등이 얽혀 일·생활 균형 제도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여러 장애 요소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기존에 해오던 관행이나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을 실현시키고 직장문화 개선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경영자의 마인드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사회=일·생활 균형이 국제적인 흐름이지만 한국기업은 아직도 장시간 노동이 업무에 대한 노력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한국의 일 중심 직장문화 어떻게 바꿔야 할까.

김 센터장=외국인투자기업들을 살펴보면 국가별 다양한 직장문화를 가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 기업은 장시간의 노동보다 집중해서 일하고 남는 시간은 개인의 여가에 온전히 쏟는 모습을 보인다. 업무의 과정보다 도출된 결과를 중시한다. 오래 근무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사례를 서양기업들은 수없이 경험해 왔다. 비교적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본기업들도 근무 환경의 유연성을 보장한다. 일본기업은 과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직장문화나 근무형태는 각국의 정서나 민족성 등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의 유연한 노동문화를 살펴 국내 직장문화 개선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대표=한국의 일 중심 직장문화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직장문화로 바꾸기 위해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기업우수사례를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업종이나 현장 여건에 따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차라리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시간과 생산성의 관계를 절충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

사회=일·생활 균형 제도를 시행하는데 기업은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이 대표=일·생활 균형은 제도가 있기 때문에 시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 업그레이드를 위해 기업이 당연히 시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경영인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반차, 연차 등 유급휴가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켰고, 제조업 근로자들의 임금을 호봉제 형태로 지급하고 있으며,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고용안정성과 유연성을 적절히 보장해 주었더니 생산성 증대라는 결과를 얻게 됐다. 이직률이 현저히 낮다보니 신규 노동자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학습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사회=이엔아이씨를 통해 일·생활 균형 제도의 우수사례를 보는 것 같다. 이같은 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강 부연구위원=이엔아이씨의 일·생활 균형 제도는 매우 우수하다. 호봉제나 정년 70세 보장은 노동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제도다. 모든 기업에 이엔아이씨와 같은 사례가 적용된다면 일과 생활의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수 있겠지만 업종에 따라, 여건에 따라 기업 운영에는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하고 포용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맞춰진 기업우수사례가 여러 업종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유사 업종의 경영인들이 모범 선례로 인식하고 도입을 고려할 충분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지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 소장=제도가 운영될 때 형식적 절차의 간소화 과정이 필요하다.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하려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고안돼야 하고, 실제 효율성이 높아져야 기업 입장에서 개선 의지가 생긴다. 시간자원과 환경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과정과 절차가 복잡하다보니 현장에서는 피로도가 쌓인다.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는 정부부처나 기관들의 불필요하고 복잡한 과정을 간단히 줄여 현장 편의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사회=일·생활 균형 문화가 확산되려면 함께 일하며 함께 돌보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직장문화 개선을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강 부연구위원=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근무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테스트해 보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여성들의 육아, 가사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노동환경이 바뀌고 근로형태가 바뀌더라도 남성이 여성과 동등한 육아와 가사 등의 부담을 갖기는 요원해 보인다. 시간재배치가 필요하다. 줄어든 근로시간 만큼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사회적 제도 마련과 공감대 형성, 노동자와 기업, 정부가 함께 복합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 소장=직장문화 개선의 가장 기본은 신뢰다. 행위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시스템적 전환은 노사 간 신뢰가 기저에 깔려 있을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과제를 합리적 기업가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 자체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처하는 방안 중 하나가 일·생활 균형이 돼야 한다.

/정리=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강민정 부연구위원 주제 발표] 


"사회적 공감대…사고·행동양식 변해야"


"일·생활 균형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아래 일하는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

31일 '직장문화 개선 전문가 좌담회'에서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생활 균형 확산을 위한 직장문화 개선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일·생활 균형에 대한 사회 구성원 전체의 사고와 행동 양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일·생활 균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해 나갈 때 일과 생활의 균형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부연구위원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과 생활 사이의 불균형으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과도한 업무로 인해 과로사는 물론 성차별, 저출산, 삶의 질 저하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결코 높은 생산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기업이 일·생활 균형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가져오기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꾸고 유연근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부연구위원은 "기업이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려면 CEO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기업의 가치와 전략과 부합되는 일·생활 균형 관련 중장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며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체 근로자들의 제도 수용성을 강화해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강 부연구위원은 "향후 여성 일자리 정책의 방향은 남녀 노동자 모두를 위한 일·생활 균형을 지원함으로써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기업유형, 고용형태, 성별, 가구소득 등 계층 간 일·생활 균형 격차를 해소하고 다양성과 포용성 차원에서 일·생활 균형의 확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