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거 해제 못해 '댓글 출석체크'…혼란 있지만 '참여수업'에 학생들 '신이나'
스마트기기 없는 학생 어쩌나…"부모·형제자매 모두 '재택'에 기기부족"
'4월 6일 개학할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 영풍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2020.3.30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가자!", "고고고(GO GO GO)!"
    30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 8년 차 초등교사인 김현수(34) 교사가 빈 책걸상 20개를 옆에 두고 구글이 만든 메신저 프로그램인 '행아웃'과 '클래스룸'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그의 노트북 스피커를 통해 빈 교실이 오랜만에 학생들 목소리로 가득찼다.

    영풍초는 서울시교육청이 선정한 원격교육 시범학교 10곳 중 하나다.

    시범학교들은 이번 주 정규수업처럼 시간표를 짜서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이날 수업이 시작하기 10분 전부터 교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자녀를 위해 웹캠과 마이크를 설치해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김 교사의 노트북 스피커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오전 9시 59분. 수업 시작을 1분 앞두고 한 학생이 틀어둔 TV 방송 소리가 클래스룸을 통해 모든 학생에게 '중계'되면서 김 교사가 당황하기도 했다. 다행히 수업을 시작하기 전 문제가 해결됐고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음소거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오전 10시 정각에 수업에 들어갔다.

    학생들에게 음소거를 풀라고 한 이유는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출석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음소거를 해제할 줄 모르거나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학생이 있어 김 교사가 급하게 "댓글로 '네'라고 달아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어른들은 전례 없는 온라인 수업에 걱정이 많지만, 학생들은 신이 났다.

    어떤 학생은 수업 시작 전 마치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듯 "가자", "고고고"라고 외치기도 했다.

    출석 확인을 마친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음소거해달라고 요청한 뒤 수업을 이어갔다. 옛날 학교에서 수업에 들어가기 전 교사가 교탁 위 종을 쳐서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는 모습 같았다.

    김 교사는 "아직 여러분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돼 설렌다"고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원격교육 수업하는 초등교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 영풍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2020.3.30 mjkang@yna.co.kr

이날 수업주제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이었다.

    김 교사는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학생들이 이전 과제형 온라인 수업으로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한 학생이 6·10민주항쟁이 어떤 일이었는지 묻는 김 교사의 질문에 답하려 음소거를 풀려다가 풀지 못해 댓글로 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후 본격적인 수업은 '모둠학습'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김 교사가 구글 클래스에 미리 만들어둔 모둠별 공간에 접속해 5·18민주화운동 배경과 의의를 설명하는 PPT를 '협업기능'을 활용해 만들었다.

    PPT를 만들면서 문제는 학생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에 '너무' 익숙해서 발생했다.

    한 학생이 5·18민주화운동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는 페이지를 만들면서 신문기사 링크만 붙여놓은 것이다. 각 모둠이 PPT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다 이를 발견한 김 교사는 재빨리 "링크를 다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글로 정리해보자"고 학생을 지도했다.

    교사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 수업의 장점이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수업이라면 '온라인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수업을 대충 들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될 것 같았다.

    다만 그럼에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확인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수업 중 웹캠을 켜서 얼굴을 보여줄지는 학생들의 선택에 달렸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교과서에 담겨있지 않은 다른 민주화 운동을 찾아 PPT에 넣었고 이를 본 김 교사는 학생들을 칭찬하며 "5·18민주화운동 외에 다른 민주화 운동도 함께 소개하면 플러스 점수를 주겠다"고 독려했다.

    이처럼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해줬다.

    한 학생이 PPT 글씨체를 예쁜 글씨체로 바꾸자 "○○이는 다이어리 꾸미기가 취미여서 그런지 미적 감각이 있다"고 칭찬했다.

    이날 수업은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

    김 교사는 "저학년을 대상으로 오늘 같은 협업식 수업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저학년은 EBS 온라인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고학년과 달리 저학년은 온라인 수업을 할 때 반드시 부모가 옆에 있어야 조금이나마 집중한다. 맞벌이 부부에게 곤혹스러운 점이다.

    예체능은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한 점도 교사와 부모의 고민거리다.

    장비 문제도 있다.

    온라인 수업을 들을만한 성능의 스마트기기를 보유하지 못한 학생이나 보유했더라도 부모의 재택근무나 형제자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

    김 교사의 반 학생 20명 가운데도 3명이 학교에서 노트북을 빌렸다.

    영풍초는 태블릿PC와 크롬북(노트북) 등 스마트기기를 150대 정도 보유해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에게 기기를 대여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영풍초 관계자는 "우리 학교가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여서 장비를 잘 갖춘 편"이라면서 "기기가 부족한 학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여해줄 수 있는 스마트기기는 총 13만대다. '수요'에 견줘서는 부족한 양으로 교육부가 이달 중순 조사했을 때 2천200여대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갖춰진 장비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에 성능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김 교사도 이날 자신이 소유한 고성능 노트북과 보조모니터를 사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학교에 있는 PC는 웹캠이 없어서 화상회의식 온라인 수업은 할 수 없다"면서 "장비가 나빠서 수업에 지장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개인장비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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