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광주 학교서 속속 복귀…정보공개 안돼 2차 피해 우려

경기도내 '스쿨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교직원이 학교로 속속 복귀하면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스쿨미투' 시작 2년이 지났지만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2차 피해' 예방 차원에서라도 정보공개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9일 경기여성단체연합과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용인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개학을 앞두고 A교사의 복귀에 반발하고 있다. 이 학교 교과 담당교사가 지난 1월 복귀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A교사는 지난해 3월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폭력, 성추행을 일삼은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지난해 3월 광주시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자는 애 낳은 기계다" 등의 발언과 여중생을 때린 것으로 지목된 교사 3명이 학교로 돌아왔다. 2명은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고의성 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1명은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보호관찰소 40시간 수강이수 명령' 처분을 받았다.

이 두 학교 학생과 학부모 모두 스쿨미투로 지목된 교사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에 대해 알지 못한다. 도교육청이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스쿨미투로 지목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수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의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이뤄진 사례는 없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올해 낸 '경기지역 학교 스쿨미투 전수조사 자료'를 보면 학생들의 성폭력 피해가 공론화된 학교는 18곳이다. 서울 26곳 다음으로 많다.

문제는 이로 인한 '학교 성폭력 감시' 기능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감시의 공백은 곧 학교 내 성폭력을 막을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 입장이다.

시민단체는 경기교육청 등 교육 당국에 학교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정보를 하루 빨리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시민단체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정보 일체를 알지 못하면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수조사와 피해자, 가해자 분리 등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다. 다만 소송 진행 중이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교사들도 있어 공개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다"며 "현재 서울시교육청과 정치하는엄마들간 소송결과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일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여부', '가해 교사 직위해제 여부', '교육청 징계 요구 및 처리결과(가해자 성명 제외)'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이 이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전문가들 "초기대응~사후처리 과정 알아야 학생 지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대응에서부터 사후처리 과정 모두를 시민이 알아야만 학교 내 성폭력으로부터 학생을 지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3년 전 수많은 아이가 학교 내에서 겪었던 성폭력 피해를 용기 내 알렸다"며 "하지만 아무도 가해 교사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재발 방지 대책은 마련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사회가 학교 성폭력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으면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심지어 피해 학생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 교사가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아 심적인 고통이 크다"며 "학생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역사회가 나설 수 있도록 교육당국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문지은 경기여성단체연합 활동가도 뿌리 깊게 내린 학교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첫걸음'은 투명한 정보공개라고 했다.

문 활동가는 "성폭력으로부터 후배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학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수많은 학생이 스쿨미투에 동참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2차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활동가는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을 해당 학년에서만 분리했지 같은 학교에 계속 다니는 일도 있다"며 "성폭력 예방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당국은 더 늦기 전에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며 "교육 당국, 시민단체 등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개선할 수 있다. 시민들이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