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무관중 공연 마쳐
▲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다시 봄' 가운데 '봉별기' 한 장면


김유정 '봄봄'+이상 '봉별기' 민요소설극


과감히 풀어헤친 쪽 머리, 꽃신 대신 메리제인 구두, 색동 저고리가 아닌 모던보이의 멜빵….

장구나 꽹과리의 전통음악이 깔렸어야 했을 무대는 강렬한 드럼비트와 일렉사운드가 함께 어우러졌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귓전에는 구수한 우리 가락이 더 잘 들린다.

지난 28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구 경기도립국악단)가 민요소설극장 '다시 봄'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서 선보였다. '다시 봄'은 경기아트센터가 예술로 다가가기의 일환으로 기획한 무관중 공연 시리즈 4번째 무대다.

경기도립국악단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로 예술단의 명칭을 바뀐 뒤 선보인 첫 번째 공연, '다시 봄'은 김유정의 소설 '봄봄'과 이상의 소설 '봉별기'를 각색한 민요소설극이다.

출연자들은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맞는 현대적 의상을 입고, 입으로는 걸걸한 경기민요 가락을 뿜었다.

'다시 봄'에서 김유정의 소설 '봄봄'은 여러 서사 중에서도 성례를 빌미로 사위 후보를 들여놓고 머슴처럼 부리기만 한 지독한 자린고비 아버지 봉필 때문에 애가 타는 세 딸의 이야기를 그렸다.

유머러스하면서 해학 넘치는 대사 하나 하나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대사와 어우러진 찰진 노동요의 구성이 지루할 틈 없는 전개를 이어 나갔다. 극의 막바지에 이르러 봉필과 대적하는 춘삼이, 성례를 재촉했던 점순이가 봉필의 편을 들며 춘삼이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극적인 반전이 극의 재미를 정점으로 이끈다.

이어 무능한 지식인 이상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금홍의 이야기를 다룬 이상의 소설 '봉별기'가 무대에 올려졌다.

'오감도'의 구절을 써내려가며 등장한 이상, 적막함 중에 울린 나지막한 '나비야 청산가자' 노랫말이 구슬프게 들린다.

천진난만한 표정과 익살스러운 대사로 아이처럼 금홍을 사랑한 이상. 마음 한 구석에 서려있는 회한과 슬픔을 억누르는 금홍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어딘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금홍이 읊은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이라는 구절은 극이 끝나고 난 뒤에도 가슴 속을 맴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읖조린 '다시 봄'은 '희망'이었다.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긍정적인 마음, 별일 아닌 듯 넘겨버리는 유연함이 있다면 '다시 봄'을 맞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악의 대중화를 선언한 원일 예술감독의 파격적인 시도로 만들어진 '다시 봄'은 다시 찾아온 봄, 다시 찾아올 봄을 기다리는 위로였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