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永宗島)의 본디 이름은 자연도(紫燕島)다. 섬에 제비가 숱하게 날아다녀 붙여졌다. '영종'으로 바뀐 때는 조선 후기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남양부 영종포(화성)에 설치했던 군사기지 영종진(永宗鎭)을 옮겨오면서 지명도가 높아져 자연도 대신 영종도로 불렀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자리를 잡기 전 영종도는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가야 했다. 그야말로 오롯한 섬이었다. 그러다가 공항을 건설하고 영종대교를 놓으면서 섬의 자취는 점차 사라졌다. 옛 이름 자연도에서 알 수 있듯, 풍수지리에 밝은 이들은 영종도에 공항이 들어선 일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제비가 들고나는 풍경을 비행기 이착륙 모습과 비슷하다고 바라본다. 그럴 듯하다.

어제로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연 지 19년을 맞았다. 2001년 3월29일 하늘길을 활짝 열고, 대한민국 관문으로서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인천일보는 동북아 최대 국제공항 개항을 기념해 4월29일 영종도 일대에서 하프마라톤대회를 열었다. 대회엔 개항 이후 최대 인파인 4만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대회는 그후 국제마라톤대회로 승격해 해마다 이어진다. 개항과 함께 공항의 효율적 건설·관리·운영을 통한 항공운송 원활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노력도 남달랐다. 지난 2007년부터 계속 공항서비스 평가 세계 1위에 오를 정도로 쾌적한 공항 환경 조성에 온힘을 쏟아 왔다. 지난해 하루 평균 인천공항 여객이 20만여명에 달할 만큼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의 위상을 자랑했다.

이렇듯 탄탄대로를 걷던 인천국제공항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1일 이용객이 1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개항 이후 전례 없는 일로, 코로나19란 복병을 만났다. 항공기 운항도 엄청나게 줄었다. 지난해엔 하루 평균 1093편이 뜨고 내렸지만, 지난 주엔 100대 미만에 그쳤다. 유럽과 미국 등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하늘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면,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각국의 공항은 더 큰 궁지에 빠질 게 뻔하다. 항공사는 물론 여행사와 호텔을 비롯한 관광업계, 생산 위축에 따른 제조업체,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은 이미 재난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6일부터 공항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바이러스에 막힌 하늘길이 다시 활짝 열릴 날은 언제쯤 오려나. 지금으로선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정말 극성을 부린다. 하루빨리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길 바랄 뿐이다. 내년이면 인천국제공항 개항 20주년을 맞는데, 그 훨씬 전에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싶다. 그래서 인천공항이 흘린 '눈물'을 말끔히 닦고 풍성한 기념식을 열기를 기대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