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도내 1기 혁신학교로 지정
대화·협동 기반 교실 분위기 조성
매주 수업 공개 후 발전방향 공유
지역 자원 활용 공동체 조성 노력
소외층 후원품 전달 등 봉사 지속
▲ 2019년 신축한 건물 아래 마련된 라온미르 : 학생수 증가로 신축한 건물 아래 필로티 공간을 상시적인 공연, 놀이, 체육활동이 이뤄지는 열린 만남의 광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라온미르'라는 이름도 학생들의 공모를 통해 지었다.

 

 

▲ 가정시간에 깍두기를 담가 지역의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1학년 학생들. 7년째 이어오는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의 실천'을 배우고 있다. 2019년에는 80통의 깍두기를 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했다.

 

 

▲ 중학교지만 매해마다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축제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이벤트 및 공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학급 자치시간과 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기획력, 자치력을 키워간다.


2008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전면 도입되면서 중학교에서도 학업성취도를 올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학생, 교사의 의견수렴 없이 모든 학생, 모든 교사가 방과 후 보충수업을 의무적으로 하게 됐다.

또한 각종 연구학교 운영, 학급별 아침 자율학습과 방과 후 보충수업 등으로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인간적인 만남도 어려웠다.

그즈음 민선 김상곤 교육감이 공교육 혁신을 위한 혁신학교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희망학교를 모집했다.

교사도, 학생도 행복하고 학부모의 참여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을 해보자는 구성원들의 뜻이 모아져 2009년 9월1일 호평중학교는 경기도교육청 제1기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배움의 공동체 철학에 기초한 배움 중심의 수업 실천

호평중학교가 처음 혁신학교를 시작할 때 가장 중심을 둔 것은 '수업의 혁신'이다.

기존의 강의식·일제식·지식전달식 수업과 지필평가 위주의 평가 시스템 속에서는 학생들 개개인의 성장을 위한 창의적 교육,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의 가치와 경험을 교육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에 2010년부터 '배움의 공동체 철학'(세계적인 교육학자 사토 마나부 교수에 의해 주창된 교육 철학.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질 높은 배움의 추구'를 목표로 한다)에 기초해 모든 학생이 협력적 상호작용으로 서로 대화하면서 함께 협동적으로 배우는 수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모든 교실의 자리배치를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는 구조인 ㄷ자 형태로 바꾸고, 모든 교과가 모둠 협력수업을 디자인해 실천했다.

경험이 축적되면서 교과별로 학년별로 다양한 배움 중심수업과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선거 프로젝트, 마을 프로젝트, 도시 설계 프로젝트, 민주시민 프로젝트, 뮤지컬 프로젝트, 비폭력대화 프로젝트, 시사라디오 프로젝트, 공간 프로젝트 등이다.


▲수업공개와 연구회 시스템 정착

호평중학교는 2011년부터 수업공개와 연구회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매주 화요일은 전체/학년/교과별로 수업공개를 하고, 수업공개 후엔 참관교사들이 모여 학생들의 배움에서 관찰한 내용을 함께 나눈다.

정현숙 교장은 "수업 디자인, 교사의 역할, 학생 간의 상호 관계 등에 대해 배운 점을 나누는 수업연구회를 학교 운영의 핵심에 두고 있다"며 "이것이 진정 교사들이 함께 배우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 속 민주주의 경험과 실천

학교 교육의 목표는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라 말한다.

지금까지 혁신학교 이전의 학교들은 이런 비전과 목표가 계획서에만 존재하고 실제 수업과 생활교육에서는 민주적 실천이 부재했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무늬만 혁신학교'라는 비판을 받는 학교들도 존재한다.

호평중학교는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찍이 교직원회의를 의결기구화해 모든 중요한 결정(학사일정, 교육과정, 평가계획, 중요 행사와 다면평가 등)을 전체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실행하고 있다.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회의 전 안건을 모으고, 기획회의(교장, 교감, 12개 부서 부장, 행정실장으로 구성)에서 우선 검토하고 전체회의에서 제안 후 토의를 통해 결정한다.

또한 학기별 교육과정 평가회, 부서별 평가회, 학년별 평가회를 구성원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로 비중 있고 의미 있게 진행한다.


▲지역사회 교육공동체

호평중학교는 지역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지역의 물적·인적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사회 교육공동체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학교 업무 부서에 '지역사회연대부'를 만들어 지역의 각 기관, 단체, 전문가, 학부모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열고, 학교교육과정에 이들 지역 자원을 적극 연계하고 있다.

2011년부터 LH공사 소유의 학교 앞 400평 규모의 땅을 무상 임대받고 식생활네트워크, 슬로푸드문화원, 팔당생명살림연합,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한 텃밭 교육을 하고 있다.

학부모 동아리도 적극 참여해 학생들의 노작교육을 지원한다.

수확한 농작물을 지역사회와 나누거나 깍두기를 담가 지역의 소외계층에게 나누는 봉사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3학년의 다산프로젝트, 2학년 뮤지컬 프로젝트, 민주시민 프로젝트 등을 운영할 때도 지역의 전문가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일보·경기도교육청 공동기획>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사진제공=호평중학교
 




존중·배려문화 만들기 구슬땀

▲ 호평중학교는 학기초에 서로에 대한 이해, 친밀감 형성을 통해 평화로운 관계 맺기를 위해 공동체 놀이, 서클활동을 하고 있다.
▲ 호평중학교는 학기초에 서로에 대한 이해, 친밀감 형성을 통해 평화로운 관계 맺기를 위해 공동체 놀이, 서클활동을 하고 있다.

 

공교육 학교는 매년 1/3의 구성원이 바뀐다.

호평중학교도 2020년 19명의 교사가 새로 부임했다.

정현숙 교장은 "새로운 구성원들과 혁신학교 철학을 공유하고 그동안 정착시켜온 시스템이나 교육과정을 유지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학기 초 워크숍, 교육과정 평가 등을 통해 보완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초기에 비해 약화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학교민주주의지수와 교육과정 평가 결과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최 건수도 늘고 있다"며 "물론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8년여 동안 이어온 회복적 생활교육의 철학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호평중학교는 올해 회복적 생활교육 철학에 기초해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간의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다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기 초 참여형 워크숍이 진행되지 못한 것이 큰 걸림돌이지만, 개학이 연기되는 동안 선생님들이 회복적 생활교육과 배움의 공동체 관련 책을 읽고 연수를 들으면서 철학 공유를 하고 있다.

개학 후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소규모 오프라인 실습을 계획 중이다.

또한 학급에서는 '평화규칙 만들기', '서클의 일상화'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이 구성원의 내면에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
 


 

특수학급·상담교사로 소외학생 없도록

 

▲ 호평중학교는 '단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질 높은 배움의 추구'라는 배움의 공동체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전교사가 수업을 열고, 학생들의 배움을 관찰하며 함께 배우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 호평중학교는 '단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질 높은 배움의 추구'라는 배움의 공동체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전교사가 수업을 열고, 학생들의 배움을 관찰하며 함께 배우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해마다 정서적·심리적 위기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사회의 변화 흐름과도 맞물리는 현상이다.

정현숙 교장은 "교사의 개인적 헌신이나 관심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전문상담교사 확보도 어렵고 필요할 때 바로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 전문가를 연결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호평중학교는 지난해 중반까지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았다.

또한 특수교육 대상, 위기 학생들이 적절한 진단과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해 학급 안에서 수업과 관계를 해치는 문제들이 계속 발생했다.

교사들은 이를 해결하고 지원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다.

정 교장은 "다행히 올해 특수학급이 신설되면서 특수교사도 생기고, 전문상담교사도 배치가 됐다"며 "하지만 지역의 위기돌봄 시스템이 아직 취약해 학교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예산과 지자체 공모사업을 통해 확보한 예산을 위기학생 진단,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 치료·상담 지원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돌봄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 교장은 끝으로 "교사들이 교육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수업과 생활교육 이외의 행정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정규직 인력 확충과 교육전문가를 학교에 배치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