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결국 학교마저 멈춰세웠다. 사상 초유의 휴업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필자는 코로나19 감염증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에 답할 능력은 없으나 온 세상이 멈춰서고 있는 지금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무엇을 배울지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염병으로 학교는 멈춰 섰지만 이제 우리의 삶과 세상이 학교가 되는 것이다.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감염병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과 수많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앞선 감이 있으나 언젠가 진정될 코로나19 이후 한국 교육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감염병 재난 엑스레이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와 교육의 민낯
재난 상황은 그 사회의 감추어진 내면을 드러내는 엑스레이다. 재난 상황을 통해 우리는 그 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메르스 감염병 사태로 우리에게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실체를 마주했다.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 감염병에 대응하는 공공의료의 부재 등 사회 구조적 문제도 우리가 본 이 사회의 민낯이었다.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엑스레이에는 무엇이 찍히고 있는가?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과 한쪽에서 벌어진 마스크 사재기, 넘치는 확진자로 입원 순서도 배정받지 못해 죽어간 사람들을 보며 여전히 부족한 우리 공공의료체제를 마주하게 된다. 생계를 위해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마스크, 손 세정제조차 사비로 구입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이야기, 감염병 위협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 학교에 출근해야 하는 학교 비정규직들의 상황은 이 재난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휴업수당, 가족 돌봄 휴가, 재난 소득 등 위험을 대처하는 사회적 체계를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 일인지 말해 준다.

사상 초유의 학교 휴업사태 한편에 우리 교육의 민낯도 만날 수 있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교육부와 시교육청 모두 '학습 결손'을 막겠다고 난리이다. 온라인을 통한 원격교육시스템 구축과 함께 교과서에 맞춰 진도 나가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맞아 온라인 사교육 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 교육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공감하는 것,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사회적 공감과 연대를 가르치고 배우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있다. 범람하는 가짜뉴스, TV만 틀면 감염확진자와 사망자 이야기가 나오고, 옆 사람의 감염을 의심하며 내가 옮을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붕괴된 사회 공동체 속에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우울함 속에 살고 있다. 어른들도 이러할진대 밖에 나가 뛰어놀지 못하고 친구들도 만날 수 없이 우울한 소식들 속에 갇혀 있다시피한 아이들의 마음은 어떠할 것인가? 이 상태로 개학을 맞이하면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기우가 아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진도 나가기 위주의 학습이 아니라 감염병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심리 지원과 공감의 교육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기존 교과서 속에서 만나지 못한 새로운 교육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전 지구적 감염병 확산과 환경과의 관계, 감염병으로 바뀐 사회 역사, 이 시기 세계 경제 침체의 원인, 마스크 대란 한편에 있는 사재기 현상의 문제, 사회적 거리 두기조차 사치인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와 그 대책, 우리 일상 속에 있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혐오 문제 등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대안적 민주시민 교육이 우리 앞에 과제로 놓여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기존의 교육내용을 넘어 결국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힘을 모아나가는 사회적 연대를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으로 진화해 나가야 하는 변곡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모쪼록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애쓰는 모든 노동자들의 안전을 기원한다.

심준희 인천서흥초 교사·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