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아트스페이스 휴, 내달 9일까지 기획전 '행복의 뒷맛'
▲ 정주원 作 '별천지'

▲ 정주원 작 '두 유령'

▲ 송승은 作 'girl'

▲ 사박 作 '그늘진 얼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우리의 삶이자 일상이다.

회화의 새로운 경향을 모색하기 위해 리서치를 기반으로 기획된 전시, '행복의 뒷맛'展에서 사박, 송승은, 정주원 작가 3인은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문제를 영민하게 다루는 전략적 회화 작업들 사이에서 조금 다른 결을 선보인다.

파주 아트스페이스 휴가 올해 첫 기획전시로 마련한 '행복의 뒷맛'展은 지난 13일 시작돼 내달 9일까지 이어진다.

사박, 송승은, 정주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그린다는 행위 자체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왜 그림을 그리느냐'는 상투적인 질문에 '그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모르겠다'는 답을 던진 이들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을 그림을 그리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사박은 일상에서 수집한 사소한 이미지를 모호한 풍경으로 풀어낸다.

짧은 콘텐츠에서 쉽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수많은 이미지들, 반복되는 매일의 어느 한 편에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대상을 향한 연민이자 그가 머물렀던 공허한 시간을 향한 애도의 행위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초기 페인팅에서 무기력의 상태를 불안과 우울의 정서로 담아냈다면, 최근의 작업에선 무작위로 채취한 자료들을 재료삼아 '애매한 광경'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송승은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과 기억의 공백을 소재로 삼는다.

주로 의구심과 상상이 더해지는 과정에서 양가적 이미지를 생산한다.

동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독의 음모와 다이닝 테이블 위를 오가는 의심과 경계의 뉘앙스가 '무섭지만 귀여운' 이미지로 소개되고 있다.

정주원은 '엄마, 미술해서 미안해'라는 인상적인 전시 제목에서처럼 회화 작가로서 지속 가능한 삶의 형태를 고민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또 다시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유령과 별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은 누구나 볼 수 있고 유령은 보이지 않으며 간혹 누군가에게만 특별하게 목격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유령과 별 사이 어느 지점에 있는 존재로 회화 작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헤르멘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묘사한 '행복의 뒷맛'처럼 질서와 안전이 보장된 안락한 세계 속에서 슬픔, 폭력이 만연한 불안한 세계를 현대 작가 3인의 시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