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운영 단체·학교장 권한 행사
현안 외 이슈 집중·기권 가능성 우려
현 규정상 지도자·선수는 자격 없어
일선 "개선방안 논의 필요" 공감대
"협회 관계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체육 현장 최일선에서 뛰는 선수와 지도자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체육회와 체육행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재선거까지 치르는 우여곡절 끝에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두 번의 선거과정을 통해 드러난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체육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체육계의 핵심 구성원인 지도자나 선수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현재의 선거관리규정을 꼭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체육회장은 인천시체육회 규약에 따라 '대의원확대기구'에서 선출한다. 기존 인천시체육회 대의원(65명)에 체육회 산하 조직(시·군·구 등 지역과 경기종목단체) 대의원을 추가한 형태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인천시체육회 산하 경기종목단체(정회원)의 장 및 대의원(자치단체장이나 학교장 등 운동부를 운영하는 기관의 장), 시·군·구 체육회장 및 대의원 등이 체육회장 선거 때 추첨을 통해 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체육인이라고 하기엔 다소 애매한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은 사실상 정치인이고, 학교장 역시 교육계 인사로 구분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따라서 이들은 상대적으로 체육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심지어 본인이 왜 체육회장 선거인으로 투표를 해야 하는 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단순히 자신이 장으로 있는 단체 또는 기관에서 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 규정 아래에서 무조건 투표권을 가진다.

때문에 이들은 체육회장 선거 때 체육 관련 이슈 등 본질적인 이유보다 후보와의 친소관계나 정치적 견해 등 다른 기준으로 투표에 참가하거나, 아니면 기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사정이 이러니 자치단체장이나 학교장을 무조건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체육이 정치로부터 독립해 자율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국민체육진흥법의 개정 취지 및 지금의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는 것은 틀림없다.

더욱 큰 문제는, 자치단체장이나 학교장도 가지고 있는 투표권이 정작 지도자나 선수 등 현장에서 땀흘리는 체육계 핵심 구성원들에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선 체육인은 물론 두 번이나 선거를 치른 인천시체육회와 선거관리위원회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지금까지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여러 차례 내비쳤다.

선관위 관계자는 "두 번이나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 관련 각종 규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았다. 다음 선거 전에 반드시 개정을 해 보다 완벽한 선거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체육회장을 뽑는 선거에 전문 체육인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체육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전국적 사안이므로 앞으로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체육인은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갖는 핵심 의미는 '아래로부터의 심판'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현장 체육인들이 민선 체육회장 체재 아래서 인천시나 군·구 체육회가 펼친 체육행정을 평가한 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선거 때 표를 통해 민의를 표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체육이 정치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