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 또는 그런 해석이나 이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오해'라는 단어의 정의다. 뜻풀이만 놓고 보면 오해의 책임은 해석이나 이해를 잘못한 당사자에게 있다. 애초에 그릇되지 않게 해석하고 뜻을 제대로 알았으면 오해가 벌어질 일도 없다. '팩트체크'라는 귀찮은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환경부는 최근 '수도권매립지 종료 주민대책위원회'에 한 장짜리 공문을 보냈다.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를 위한 친환경 매립지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통보였다. 대책위가 환경부장관 앞으로 연구용역 중지를 요청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대책위가 회신 기한으로 명시한 27일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환경부는 공문에서 "연구용역 취지에 대한 주민들의 오해를 풀고 충분한 이해를 얻은 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전적 정의대로라면 주민들은 연구용역 취지를 그릇되게 해석한 셈이 된다.

환경부는 "일반적인 친환경 매립지 운영·관리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이며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연장과는 무관함"이라고 강조했다. 취재 과정에서도 환경부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용역"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오해'의 시작은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였다. 환경부는 과업 범위를 '수도권 지역 발생 폐기물의 안정적·효율적 처리방안 도출'이라고 명시했다.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량 증감 현황도 검토하도록 했다. 수도권매립지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친환경 매립지 조성과 운영·관리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연구용역은 수의계약으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에 맡겨졌다.

오해는 오해를 낳았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이후 100여일간 대체 매립지 조성을 다루는 수도권 3개 시·도와의 4자 협의를 중단했다. 환경부는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 아니며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잠시 휴지기를 가진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오해였다. 4자 회의는 재개됐지만, 대체 매립지 조성 협의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

오해는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수도권 폐기물 처리 방안을 찾는 이번 연구용역 착수 과정에서 인천시는 배제됐다. 지난 2015년 4자 합의문에는 "대체 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를 추가 사용한다"는 독소조항도 담겨 있다. 오해와 이해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이순민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