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나는 3월이다. 작년만 해도 학생들은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 선생님을 만나 새 학년을 시작하고, 시민들은 겨울 내내 굳었던 어깨를 펴고 따듯해진 햇살 아래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고, 올해는 벚꽃이 언제 필까 예상하며 싱그러운 봄을 기대했다.

지금은 개학 연장으로 학교도 문이 잠겨 있고, 얼굴은 마스크로 가린 채 행동을 조심하고, 되도록 외출을 삼가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 중이다.

변해버린 일상에 몸도 마음도 위축되고 지치지만 모금회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다.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한 인천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기부금을 취약계층에게 골고루 지원해야하기 때문이다. 10여명의 직원들은 기부금 문의 전화를 받으며, 도움이 필요한 대구·경북 지역과 인천의 사회복지기관, 소외계층들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회복지기관 생활인과 종사자의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와 손소독제 지원, 무료급식 대상자를 위한 포장일회용기·대체식품, 재래시장 손소독제 비치 및 취약계층 및 사회복지기관들을 위한 구호물품키트, 방역용품 지원이 그 예다. 그 외 대구지역 의료인 및 자원봉사자, 노인주거시설을 위한 마스크, 손세정제, 방호복, 도시락, 산소발생기, 전해수기 등도 지원하고 있다.

전화통을 붙잡고 있으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지만 풍족하진 않아도 마음을 표현하는 기부자들이 있어 힘이 난다.

인천지역 기업 및 협회, 단체들, 든든한 버팀목인 시·교육청 공직자, 산하공사 임직원들, 119 소방공무원들도 힘을 보내고 있고, 삼삼오오 모여 직접 만든 면마스크,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여행을 가기 위해 모은 돼지저금통, 기초수급자로 생활하면서, 경비로 일하면서 모운 기부금을 주시는 어르신들,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마스크를 두고 가는 이웃들, 모금회 직원들이 건강해야 된다며 매주 방역활동을 해주시는 봉사단장 등 시민들도 마음을 보내주고 있다.

나눔의 마음은 재난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작년 강원도에 산불로 인해 절망에 빠졌던 이재민과 서구 적수피해자들을 위해 인천시민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그들을 위로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기부와 나눔은 사랑의 가장 적극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다. 기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통해 돈과 시간을 들여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표현하고, 그동안 받았던 사랑의 빚을 갚는다. 이렇게 표현한 사랑은 더 큰 보람으로 돌아오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삶의 희망이 된다.

그래서 가난한 어린 시절에 장학금으로 후원금으로 지원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의 꿈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거나, 희귀질환으로 고통 받는 가정을 위해 기부하는 것으로 삶의 보람을 맛보는 숨은 사랑의 파수꾼이 인천에는 참 많아 우린 행복하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것은 삶에 가장 가치 있는 사랑을 표현할 때이다. 그 사랑은 나눔이다. 3월에 꽃은 피지 않았지만 모금회에 이웃을 위한 사랑의 꽃이 활짝 피었다. 사랑이 더해지면 행복해지고, 사랑이 사라지면 불행해지는게 삶이라고 한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소외된 이웃들이 있다면 기꺼이 먼저 사랑을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은 표현할 때 더욱 아름답다.

정명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