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백성 위했던 정약용·김정호 …
14명 대표저서로 나아갈 방향 살펴
▲ 간호윤 지음, 새물결플러스, 432쪽, 2만원

'19세기 실학자들의 삶과 사상'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세기를 대표하는 14명 지식인들의 대표 저서를 통해 그들의 삶과 사상을 살피고, 이 시대 우리가 나아갈 바를 짚는다.

모두 6부, 14장으로 나눠 엮은 이 책은 ▲1부 '백과전서'에서 1장 연경재 성해응의 <연경재전집>, 2장 풍석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3장 오주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을 다뤘다. ▲2부 '국가와 민족'에서는 4장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통해 시대를 아파하고 백성들의 비참한 삶에 분노하는 다산의 심정을 그려낸다.

▲3부 '민속과 세태, 그리고 여행'에서는 5장 추재 조수삼 <추재집>, 6장 낙하생 이학규의 <영남악부>, 7장 구화재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8장 호산 조희룡의 <석우망년록> ▲4부 '박물학과 고증학'은 9장 서파 유희의 <문통> ▲5부 '기와 지리'는 10장 혜강 최한기의 <기학>, 11장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6부 '종교와 사상'에서는 12장 백운 심대윤의 <복리전서>, 13장 수운 최제우의 <동경대전>, 14장 동무 이제마의 <격치고>를 소개한다.

"19세기 조선을 움켜잡은 세도가들은 끊임없이 제 배를 불렸고 관리들은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백성들의 고혈을 짜냈다. 백성들은 갈 곳도 멈출 곳도 몰라 이리저리 헤매기만 할 뿐이었다. 이것이 유학을 숙주(宿主)로 하는 조선의 19세기였다. 유학은 그렇게 400여년이 지나며 이미 조선에 만개한 저승꽃이 되어버렸다." ('글을 시작하며' 4쪽)

이 책에 등장하는 19세기 조선의 실학자들은 모두 권력에서 추방된 주변인들이며 대개 자진 이탈한 가장자리인, 즉 방외인(方外人)들이다.

그들의 출발점은 모두 조선의 숙주 유학이었지만 과감히 만개한 저승꽃을 떼어냈다. 그들의 학문은 분명 유학이지만 검버섯 핀 조선의 유학이 아닌 이른바 실학(實學)이었다.

그들의 실학은 철저히 백성들의 삶을 지향하였고 미래의 조선을 꿈꿨다. 18세기 실학자들과는 완연 딴판으로, 학문은 더 실질적인 것을 찾았고 펼쳐진 세계는 조선을 넘어 세계로 나아갔다. 책은 광대했고 학문은 깊었다.

이 책은 학문서가 아니다. 독자들에게 19세기 실학자들의 사상과 민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실학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쓰였다.
그들의 과거 담론에서 우리의 현재를 진단하고 거시적인 미래를 넉넉히 만날 수 있다.

인천일보에 '아! 조선 실학을 독(讀)하다'를 격주 화요일자에 연재하고 있는 지은이 간호윤 박사는 순천향대학교(국어국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학과), 인하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지금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고 있다.

특히 지은이의 저서들은 고전의 현대화에 잇대고 있다. <한국 고소설 비평연구>, <기인기사>,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 <그림과 소설이 만났을 때>, <연암 박지원 소설집>, <아! 나는 조선인이다>, <욕망의 발견>, <연암 평전> 등 저서 모두 직간접적으로 고전을 이용하여 현대 글쓰기와 합주를 꾀한 글들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