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근거 관련 법 시행 6년 불구 대부분 자료없어 처벌에 어려움
취업준비생인 20대 여성 유모씨는 지난 10일 온라인 채용사이트에서 사무보조 직원을 뽑는다는 한 부천지역 업체의 '채용공고'를 접했다. 근무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오전 9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이고, 문서와 비품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급여는 220만원 이상으로 명시됐다.

'취업준비생' 꼬리표를 떼고 싶었던 그는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 자기소개를 써 제출했다. 드디어 업체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면접 당일, 업체 측의 말은 황당했다. 채용공고와 전혀 달랐던 것. 영업직인데 월 700만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두루뭉술한 제안을 했다.

유씨와 함께 면접을 본 10여명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꼬드겼다. 이 업체는 여전히 온라인 채용사이트를 통해 구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는 "허위공고 내용을 채용사이트에 신고했으나, 다른 곳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취업에 목마른 취준생을 꼬드겨 이익을 챙기는 일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에서 마치 정규직 직원을 뽑는 것처럼 공고를 낸 후 계약직을 채용하는 등 취업준비생의 절박함을 노린 이른바 '취업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처벌 근거를 둔 관련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으나 여전한 현실이다.

22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0년 3월) 업체의 허위공고 신고는 모두 19건이다.

2018년 2건, 2019년 10건, 2020년 3월까지 6건 등이다. 이는 경기지청 관할인 수원, 용인, 화성 3개 지역만 추린 수치로 31개 시·군에 사례가 더욱 많다. 업체들이 구직자를 속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령 구직자를 채용공고에 따라 정규직 직원으로 뽑은 후 근로조건을 계약직으로 바꾼다. 또 실제 채용 계획이 없는데도 업체 제품을 영업하려는 목적으로 가짜공고를 내는 '꼼수'도 쓴다. 타 업체 대비 높은 급여를 준다는 내용으로 공고를 올린 뒤 면접장을 찾은 구직자들에게 사업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명백한 불법이다.

이를 위반하면 2014년 시행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구직자와 시민단체는 업체들의 허위, 사기 채용공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을 '처벌 수위'가 약해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직자가 위반행위를 직접 증명해야 하는 등 적발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접수된 신고 19건 중 3건만 위법행위가 밝혀졌고 모두 다 6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됐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도 "사기당한 구직자가 허위 채용공고문 등 자료를 갖고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며 "대부분 자료가 없어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익단체 직장갑질119는 "위반 업체가 벌금을 낸 이후에도 또다시 채용사이트에 허위 공고를 올려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채용공고를 내지 못하게 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정부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취업포털 업체인 알바콜이 올해 구직자 663명을 조사한 결과, 69.8%에 달하는 457명이 취업사기로 인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일으켰다고 답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