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바꿔 말하면 의식주다. 따라서 인간이 돈을 좋아하는 것은 생존권 차원에서 당연하다.
 인간세상이 워낙 복잡다단해 `돈""이란 편리한 유통수단을 만들었다 뿐이지, 인간이 돈을 버는 것은 동물들이 먹기 위해 사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따라서 그것은 동물적 본능에서 나오는 것이 틀림없을지도 모른다. 먹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의식주"" 이상에서 쓰여질 때다. `돈"" 하면 어쩐지 비도덕적이고 추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조리가 한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는 선비는 돈에 손대선 안된다하여 젓가락으로 엽전을 집고, 사농공상의 맨끝에 상행위를 넣어 돈을 잘 벌면 장사치라고 폄하하는 돈기피문화가 있어왔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스페인영화 `커먼웰스""(감독·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는 `돈""을 둘러싸고 욕심쟁이 인간들이 벌이는 블랙코미디이다.
 매혹적이나 `한 성깔""하는 여인 훌리아(카르멘 마우라). 마흔살이 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변변한 직장조차 없다. 그나마 하나있는 남자친구는 나이트클럽에서 힙합소녀들에게 두드려 맞기나 하고…. 피곤한 일상탈출을 꿈꾸는 그녀. 부동산소개소에 임시직으로 취직, 소개하러 온 집 2층에 올라갔다가 죽은 노인의 방에서 우연히 돈다발을 발견한다. 그 돈은 자그마치 30억원이다.
 그러나 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사실을 알고 노인이 죽기만을 기다려왔던 터. 이때부터 돈을 혼자 차지하려는 훌리아와 돈을 뺏으려는 건물사람들 사이에 돈가방쟁탈전이 벌어진다. 날에 푸른빛이 감돌고 검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어두컴컴한 실내, 고인 물에 떠있는 부패한 시체를 뜯어먹는 고양이, 지붕과 지붕 사이를 날아다니는 현란한 액션, 히치콕부터 스타워즈 매트릭스까지 나오는 패러디…. 이 영화는 `호러인가, 아니 서스펜스 스릴러 같은데, 아냐 아냐 액션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한마디로 여러 장르의 표정을 보여주는 호러 액션 스릴러 코미디를 짬뽕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1991년 메가폰을 처음 잡은 감독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는 93년 `액션 무탕트"" 95년 `야수의 날"" 등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꽤 유명한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는 이 영화로 2000년 스페인 최다관객을 동원했으며, 2001년 프랑스 꼬냑 영화제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훌리아역의 카르멘 마우라는 스페인의 국민배우로 칭송받는 매력넘치고 정열적인 여인으로 이 작품으로 2000년 산 세바스찬 국제영화제, 2001 스페인 고야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러닝타임 104분. 15세이상 관람가.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