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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브라보 엄사장' 리뷰] 부패사회 해부한 블랙코미디에 박수 대신 '댓글갈채'
[연극 '브라보 엄사장' 리뷰] 부패사회 해부한 블랙코미디에 박수 대신 '댓글갈채'
  • 박혜림
  • 승인 2020.03.1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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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자서전 대필·외모로 채용 등
과감하게 '실명 거론' 풍자 눈에 띄어
실시간 반응구경 재미 현장감 아쉬워
▲ '브라보 엄사장' 중계 영상.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꺅! 티비

경기도립극단이 지난 12일 연극 '브라보 엄사장'의 무관중 생중계 영상을 경기아트센터(경기도문화의전당) 유튜브 채널 꺅! 티비(https://www.youtube.com/iloveggac)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무관중 생중계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공연에 대한 많은 기대와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생중계가 진행되기 전부터 채널 채팅창에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네티즌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연극은 울릉도를 아름다운 섬이라 예찬한 노래 '울릉도 트위스트'가 울려퍼지며 시작됐다. 울릉도를 배경으로 지역에서 제법 입김 좀 넣는다는 엄 사장이 정계 진출의 야심을 품고 자서전을 짓는 모습이 등장한다. '출판기념회'가 정계 진출 등용문처럼 여겨지면서 자서전조차 대필하는 진정성 없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여실히 꼬집는다.

연극은 시작부터 끝까지 체면치레에 급급한 허풍쟁이로 그려진 인물 '엄 사장'을 통해 정치 풍자적이면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블랙 코메디 형태로 담아내고 있다. 풍자와 조롱의 방식은 세밀하고 직설적으로 그려졌다. 민중의 치안과 안위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찰들은 다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춤사위를 뽐낸다.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꽃뱀으로 몰린 오 작가와 누명을 벗기 위해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그녀의 오빠 오동식은 공권력에 맞서 대항하지만 결국 무력화된다.

'우덜(우리들의 방언)'을 연신 외치며 '지연'을 강조한 인간관계도 등장한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신입 다방 레지를 채용하겠다던 향숙이지만 결국 외모로 업무 분담을 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으로 쓰는 말)' 채용도 있다. 시그널에서 울린 '아름다운 울릉도'가 무색할 만큼 부패에 찌든 인간 군상들의 집합체가 극 안에 모여 있다.

특히 극에서 엄 사장이 대필까지 해서 지어낸 자서전의 타이틀은 '사람이 땅이다'였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정치 슬로건을 패러디한 의도가 보인다. 거기에 엄 사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인물들을 호명하는 자리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허경영, 강용석, 장시호의 이름이 불려진다. 꽤 적나라하고 과감한 장면이다. 극은 엄 사장이 죄를 뉘우치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연극이 끝난 뒤 배우들이 모두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하지만 평상시와 같은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상에는 박수를 대신하는 열화와 같은 성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안방 1열에서 이런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니', '온라인으로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등 우려했던 것과 달리 무관중 공연에 큰 호응이 이어졌다. 즉각적으로 연극의 반응을 알 수 있다는 점도 무관중 공연의 이점으로 작용했다.

다만, 연극이 가진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배우와의 호흡이나 현장감, 생동감있는 공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경기아트센터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3월19일)을 비롯 팝스앙상블(3월21일), 국악단(3월28일), 무용단(3월31일) 등의 무관중 공연을 3월 한달 동안 이어갈 방침이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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