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수해 때 이어 또 인하 앞장
건물주 동참에 127개 점포 혜택
"위기극복, 힘 모으는 계기 되길"


"어려울 때 돕는 이웃이 진정한 이웃 아닙니까?"

코로나19로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상가 임대료를 인하해준 파주 광탄상가번영회 최진언(63·사진) 회장.

최 회장은 자신이 임대한 상가에 매월 10~20만원씩 임대료를 우선 3개월 동안 인하해주기로 했다. 3개월이 지나도록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인하 기간을 연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누구의 조언이나 권유가 아닌 스스로 결정한 것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최 회장의 임대료 인하는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파주에서만 벌써 127개 점포의 세입자들이 혜택을 보게 됐다.

최 회장의 선행이 마중물이 된 셈이다.

"모두의 마음이 같을 것입니다. 누구 하나 요즘 마음 편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라도 한 짐 덜어야겠다는 생각에 결심했는데 이렇게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을 줄 몰랐습니다."

최 회장의 이런 선행의 시작은 1998년 8월 파주를 휩쓸고 간 수해에도 빛이 났다.

광탄을 삽시간에 할퀴고 지난 수마에 상가들은 지하는 물론 1층까지 물에 잠기면서 상인들의 시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때 최 회장은 5개월여 동안 임대료를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세입자들과 아픔을 같이하겠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그때는 모두가 합심해 다시 일어서려고 했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현장을 찾아 힘이 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탄 재래시장 110여 개 중 문을 연 점포는 20여 개뿐이다. 그 때문에 한때 경매시장으로 명성을 얻으며 북적이던 시장은 오가는 인적도 없이 황량해 적막감마저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의 임대료 인하는 세입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한 세입자는 "하루 100명도 넘게 오던 손님이 이제는 10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임대료 인하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것"이라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시에서도 최 회장의 이런 선행을 지역에 전파하면서 많은 건물주가 동참하고 있다.

최 회장은 "시에서 매일같이 시장의 상황을 확인하고 방역물품을 전달하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어 늘 감사하다"며 "작은 힘이지만 파주시와 시장상인, 그리고 모두가 함께 위기를 기회로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자"고 응원했다.

최 회장의 선행에 파주시도 보폭을 맞춰 전통시장 상인회의 점포 인하가 20% 이상 참여할 경우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임차료 인하분에 대해서는 세금감면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