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엄마 손' 처럼 '할머니 손'은 약손
▲ 약손사업단 참여자들이 손발 마사지를 하고 있는 모습.

 

▲ 약손사업단이 출범한 2018년 1기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 모습. /사진제공=남동구노인인력개발센터.
▲ 약손사업단이 출범한 2018년 1기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 모습. /사진제공=남동구노인인력개발센터.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령자 참여
안전교육 4시간·보건증 필수 조건
2018년 20명서 올해 70명으로 늘어

요양원 어르신들 말벗과 친구 되고
어린이 손발 성장점 눌러주고 자극
장애인 보호시설 등 대상 확대 검토


"쑥쑥 내려가라, 엄마 손은 약손 우리 아기 배는 똥배."

어린 시절 갑자기 배가 아플 때 내 배를 쓸어주던 어머니의 손길. 이 손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어머니의 손길은 신비한 만병통치약이었다. 특별한 의학 지식 없이 사랑으로 쓸어주던 손길이 배를 스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픔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런 신비한 어머니 손길을 활용한 노인일자리 사업이 인천에 있다.

남동구노인인력개발센터 공공형일자리사업 중 하나인 '약손사업단'이다.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2018년 도입된 이 약손사업단 사업은 참여자가 20명에서 올해 70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어르신들은 물론 서비스를 받는 기관 호응도 좋다.

▲ 약손사업 3년, 참여 3배·수요 2배 이상 증가

약손사업단은 손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남동구 내 요양원이나 노인주간보호센터, 어린이집 등을 직접 찾아가 입소 어르신과 어린이들 손발 구석구석을 꼼꼼히 챙긴다. 남동구에 사는 65세 이상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어르신들은 누구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2018년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 20명은 그 해 남동구청 어린이집을 포함해 총 28개 기관에서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업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40명 어르신이 예랑요양원 외 49개소를 방문했고, 올해는 어르신 70명이 옹달샘어린이집 외 69개소 이용자들에게 마사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업 시작 3년 만에 참여자는 3.5배, 수요처는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서비스 제공 전 교육은 필수다.

사업 참여 어르신들은 연간 8시간 이상 활동교육을 통해 손마사지 강사에게 전문적인 마사지 방법 교육을 받는다. 또 4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받는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고령자들과 접촉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다 보니 보건소에서 보건증을 발급 받는 것도 필수다.

▲ 마사지 넘어 말벗, 교감 나누는 약손사업
내 어머니, 할머니 같은 어르신들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선뜻 내 손발을 맡기는 일은 영 어색하기 마련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연초, 어린이집 아이들은 물론 요양원이나 노인주간보호센터 이용자들도 손 마사지가 낯설긴 마찬가지다. 특히 어린이들은 손을 만지면 못 만지게 하거나 심지어 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센터 설명이다.

하지만 매주 한 번씩 보며 얼굴을 익히고, 그렇게 한두 달 지나면 차츰 익숙해진다. 사업 참여 어르신들은 주 2~3회 하루 3시간, 월 30시간 활동한다.

이쯤 되면 "할머니"하고 먼저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쑥쑥 크라는 어머니와 할머니 마음으로 참여자들은 어린이들 손발 성장점을 부드럽게 눌러주며 자극을 준다.

요양원 같은 시설 이용 어르신들에게 약손사업단 참여자들은 그저 스쳐가는 봉사자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힘든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이들은 세상 돌아가는 일과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함께 나누는 말벗이자 친구다.

특히 요양원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에게 약손사업단 의미는 남다르다. 활동적인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는 그들이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남동구노인인력개발센터는 향후 장애인주간보호시설 등 수요 대상기관과 대상자를 넓히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센터 관계자는 "약손사업단 서비스는 말벗과 함께 정서 지원도 동시에 수행하는 사업"이라며 "수혜자들 만족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서비스 제공 시간과 횟수를 확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