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점 만점에 278점…학교 지원 한몫
질병원인 찾는 '진단 검사 전문가' 꿈


전화를 끊었다. 믿기지 않았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셨다. 가슴이 울컥했다. 가족들이 손뼉을 쳤다. 합격. 그것도 전국 1등이었다.

"국시원(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전화가 왔을 땐 정말 가슴이 철렁했어요. 답안 체크(마킹)를 실수했나보다 했죠."

경복대학교 이예지(27·임상병리과 3학년·사진)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제47회 임상병리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전국 50개 대학에서 응시한 3521명 중 1등을 차지했다.

"가채점을 했더니 쉬운 문제도 틀렸더라고요. 그래서 수석 합격은 기대도 못 했죠."

엄살이었을까. 이씨는 280점 만점에 278점을 받았다. 그런 이예지씨도 처음부터 공부에 매진하기 어려웠다.

"대학 생활을 시작할 때 여러 유혹이 많았어요.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 돼 내적 갈등도 겪었거든요."

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흔들릴 때마다 미래를 생각했다. 그렇게 오직 공부에 미치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국가고시와 학교 시험에 모두 집중했다. 수업 내용이 결국 시험에 나오리라고 생각해서다. 모의고사와 특강, 학교 수업의 중요한 부분만 추려 요약본을 만들었다. 이걸 시간 날 때 마다 보고 또 봤다.

"하루 단위로 공부 계획을 세웠어요. 모의고사 오답 노트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활용했고요."

이씨는 학교에서 실습 시험을 준비했다. 여기엔 교수와 선배들의 덕이 컸다.

"병원 견학과 임상 실습 프로그램, 선배와의 대화, 모의 면접 훈련 등 모든 역량을 학교가 키워준 셈이죠."

현재 경복대 임상병리과는 전담 교수를 배정해 국가시험에 대비한다. 또 수험생들에겐 각종 시험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결과, 경복대 올해 졸업예정자 41명이 모두 임상병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는 전국 평균 합격률(86.7%)보다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0%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졸업을 앞둔 이예지씨의 꿈은 진단 검사 전문가다.

"제가 앞으로 할 일은 환자의 치료를 돕고자 혈액이나 신체 조직을 조사해 질병의 원인을 찾는 거예요.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인간미 가득한 넘치는 임상병리사가 될게요."

/포천=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