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요한슨 작가전
상상 속 세계 사진 한장에 담아
작업과정 영상 본 뒤에야 직시
▲ 에릭 요한슨 作 'impact 2016'

▲ 에릭 요한슨 作 'Cumulus'와 구름 조형 작품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 누군가 양의 털을 깎아 올려보낸 것은 아닐까? 밤이 되면 달을 교체해 주는 서비스가 있나?
이것은 상상이다.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기발한 영감에 입이 떡 벌어진다.

1월2일부터 오는 29일(코로나19로 9일까지 휴관)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며 에릭 요한슨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순회 전시 'impossible is possible'이 열린다. 전시는 제목 그대로를 반영하듯 현실에서 불가능한 세계를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에릭 요한슨은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이다. 상상한 것들을 사진 한 장으로 담아내기까지 다양한 스킬이 적용된다. 요한슨은 때때로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스케치해 두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스케치한 내용을 토대로 배경이 될 로케이션을 물색 후 현장으로 나가 직접 제작한 피사체가 될 소품과 모델이 등장하면서 촬영이 진행된다.

이후 작업실로 돌아온 뒤에는 본격적인으로 실전에 도입한다. 포토샵을 활용해 촬영한 사진들을 콜라주하듯 이어 붙여 상상의 조각들을 맞춰 나간다. 합성 작업에는 작품당 무려 160개 정도의 레이어가 열릴 만큼 까다롭게 이뤄진다.

성남큐브미술관은 이같은 작업 절차를 걸쳐 완성된 대형작품 50여점과 촬영에 쓰인 소품, 스케치, 설치작품 등 도합 1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2017년 작품인 'Full Moon Service'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디 달나라에서 보내온 요원인 냥, 차에 싣고 온 다양한 달들을 마치 전등 갈아 끼우듯 교체하고 있는 장면은 기발하다. 사진과 그림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요한슨의 작품은 현실인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실제 요한슨은 작품 대부분의 영감을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인 달리, 마그리트, 에셔로부터 얻었다고 한다.

눈앞의 도로가 반으로 갈라지고 발아래 바다가 산산조각이 난 그의 작품들은 어느 지역에서 벌어진 재난 현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동시에 '과연 이런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들게 한다. 친절하게도 요한슨은 작업 과정의 일부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관람객들은 영상을 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것이 현실이 아님을 직시할 수 있다.

성남큐브미술관에서는 에릭 요한슨의 미공개 신작, 'Stellantis'와 'The Library'도 공개했다. 특히 서울예술의전당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Looking for Stars'도 한국 최초로 공개했다.

상상 속의 세계가 실제 눈 앞에서 찬란하게 펼쳐진다. 에릭 요한슨의 전시는 잠시나마 지친 일상에 도피처가 되어준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