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믿자…타이밍을 잡자
▲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취임시 적자만 1억원…폐업 우려에 패배의식 팽배
추경 확보로 숨통…직원·현장 담당자에 권한 배분
자체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세워 수익원 창출 목표



폐업 위기에 몰렸던 경기도 출자회사인 경기도주식회사가 변신을 꾀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경기도주식회사는 2018년도까지도 자본 잠식을 겪으며 자리 잡기에 실패하고 있었다. 민선7기 이재명 경기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는 폐업까지 검토됐다.

그러다 지난해 1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이제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주식회사가 흑자 행진을 기록하면서 그동안 곱지 않았던 시선도 달라졌다. 주주총회에서는 자본침식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고성이 더는 들리지 않고, 운영에 의문점을 던지던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도 적극 지원으로 돌아섰다. 대구와 광주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벤치마킹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석훈 대표이사의 리더십과 간절한 직원들의 열망이 있었다.


▲'폐업 위기'…돌파구는 직원에게 전폭적인 권한 주기
이석훈 대표이사가 취임하기 전 경기도주식회사의 모습은 '풍전등화'였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 당시 창립된 회사는 자본 잠식 우려로 폐업이 검토되고 있었다.

이 대표이사가 보는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든 상황이라 생각했다.

"성남FC에 있으면서 공공기관이자 사기업인 형태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잘 나갈 때는 내외로 인정받으며 사기업이자 관의 장점을 선택할 수 있지만, 위기가 오면 두 집단의 집중견제와 통제를 받습니다. 이사회와 주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마치 4명의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형태가 됩니다.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취임 후 안에서 본 회사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처음 손익계산을 받아보니 적자가 1억원이었고, 예산이 모두 편성돼 새로운 사업을 할 수도 없었다. 직원들은 관료의 지시에 맞추느라 생기를 잃었고, 회사가 폐업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온 패배의식도 팽배했다. 그야말로 막막한 미래였다.

그가 택한 방법은 '추가경정예산' 확보를 통한 새로운 사업 발굴과 많은 권한을 직원들에게 주는 '믿음의 경영'이었다.

"관료의 지시에 따라 사업을 펼치는데 적자는 커지고, 직원들은 위기의식과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빨리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생기를 되찾고 권한을 줘 직원들의 자신감을 찾아주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
이 대표이사의 또 다른 면모는 바로 '타이밍'을 중시하는 것이다. 각종 사업이 신규로 펼쳐질 때 항상 현장에서 직접 빠른 결정을 내려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사업 결정을 할 때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권한을 담당자에게 줘 바로바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특히 사업 초기에 사업 방향 등 중요한 사업 결정에 있어서는 무조건 직접 움직여 현장에서 결정합니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주식회사가 베트남 관련 사업과 중국 연변 관련 사업의 내용을 바꾼 것도 현장에서의 결정이 있었다. 현장에서 본 상황을 반영해서다.

"한국의 많은 공공기관이 베트남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보고 접근하는 시장은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시장 대부분은 대기업·중견기업 등이 이미 전담팀을 보내 시장조사와 네트워크 등을 만들어 놔 포화상태입니다. 이에 주식회사는 중소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통역과 법률, 행정서비스,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중국 연변은 전혀 다른 구조입니다. 연변 사람들의 한국 제품 수요는 매우 많은데, 진출은 적은 상황입니다. 주식회사는 연변과 백두산 입구 쇼핑 단지에 전국 공공기관 최초로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새로운 자체 플랫폼 개발 주력'
이 대표이사는 올해 계획으로 '자체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제품을 기존 홈쇼핑과 소셜커머스 등과 이어주는 것을 넘어 자체 플랫폼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세금이 투입되는 기관인 만큼, 자체 수익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중소기업과 유통망을 이어주는 사업은 기업체와 유통업체에 좋을지 몰라도, 경기도주식회사의 수익은 많지 않습니다. 자체적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게 올해 제일 중요한 목표입니다."

또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맘카페연합과 함께 '공익성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사업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가진 도내 우수한 농산물을 경기도주식회사와 맘카페연합 네트워크를 활용해 홍보·판매한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 일부는 경기도사회서비스원에 기부돼 사회적 가치 구현에 쓰인다.

▲균형을 맞추며 "간절하게"
이 대표이사는 경기도주식회사 운영에 '균형'을 강조했다.

"공공기관이자 사기업인 경기도주식회사는 '균형'이 참 중요합니다. 사기업 속성에서 오는 신속한 사업 추진과 결정, 자율성, 창의성과 공공기관에서 오는 수익을 극대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취하면서, 공익성과 수익성 모두 일정 부분 만족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가겠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주식회사의 변화를 만들어준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경기도주식회사의 장점은 젊은 직원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치와 열정이 있고, 규모가 작아 관습에 물들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힘든 시기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에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간절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향후 제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경기도주식회사만의 경쟁력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경기도주식회사, 어떤 회사인가?



지난 2016년 설립된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상공회의소 연합회 33%(20억원), 도내 중소기업 관련 협회 21%(12억5000만원), 경기도 20%(12억원), 중소기업청·금융권 등이 공동 출자한 기업이다.

출범 첫해 2개월간 1억5800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연간 1억8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17년 당시 중소기업 제품 등의 총 거래량이 53억원에 달했지만, 총매출액은 4억6000여만원에 불과하면서 2018년도 역시 2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석훈 대표이사가 지난해 2월 취임하면서 공격적인 운영으로 20개에 그쳤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35개까지 늘리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잠정 매출액은 100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3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