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이동과 자율 격리, 마스크·장갑 착용, 그리고 일지 기록...'
지난 25일 인천시민으로는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문화해설사가 자각 증상이 나타난 이후 취한 행동이다.
한 달 가까이 확진자가 감염병에 대응하며 자기관리를 해온 사실이 역학조사로 알려지자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기사 2·3·4·6·13·18·19면
인천시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하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A(58)씨의 역학조사 중간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미추홀구에 거주하며 서울시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한 A씨는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전쟁기념관과 경복궁·창덕궁 등지에서 중국·홍콩·대만 여행객들을 상대로 가이드 업무를 했다.
같은 달 31일 발열·기침·인후통 등의 증상이 시작되자 해설사 일을 스스로 중단했다.
이때부터 A씨는 외출과 증상 기록을 일지에 남기며 외출을 최소화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터라 집에서도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감염을 예방했다고 한다.
증상이 계속되자 A씨는 이달 3일 자택 인근 내과와 약국을 방문했고, 닷새 뒤에는 걸어서 인천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의사가 상급병원으로 안내하자 택시를 타고 가천대길병원 선별진료소를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당시까지만 해도 의료기관 대응 지침상 중국 여행력이 있는 유증상자에게만 코로나19 검사가 시행됐기 때문에 검체는 채취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집에서 자율 격리 상태를 유지한 A씨는 지난 13일과 23일 도보로 인천사랑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첫 번째는 음성 판정이었지만, 열흘 만에 결과가 양성으로 뒤집혔다. 인천시민으로는 코로나19 첫 확진 사례다.
앞서 2명의 확진자는 중국인 관광객, 부평구에 올라온 지 엿새 만에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시민이었다.
역학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A씨가 의료기관 외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걸어서 이동한 덕분에 방역 대상은 자택·의료기관·도화역 등지로 최소화됐다.
질병관리본부도 "특이 사례"라고 주목할 만큼 증상이 한 달여간 지속되며 검사 결과가 뒤집히는 상황에서도 접촉자 또한 23명으로 많지 않았고, 이들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이훈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는 "A씨와 같이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무조건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집에서 며칠간 쉬면서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보건소 안내를 받아야 한다"며 "1명이 1000명에게까지 전파시킬 수 있는 감염병이기 때문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사실상 인천 첫 확진환자가 나왔다"면서도 "이번 사례는 개인 위생을 잘 지키면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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