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나는 새, 삶의 활력소가 되다
▲ 의왕조류생태탐구회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의왕조류생태탐구회

 

▲ 의왕조류생태탐구회가 조류생태과학관에서 시민들에게 조류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의왕조류생태탐구회

 

▲ 의왕조류생태탐구회 회원들이 탐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의왕조류생태탐구회

 

탐조뿐 아니라 왕송호수 환경 정비도
의왕조류생태과학관선 '해설사' 활약
전시회 열고 지역 축제서 체험존 운영

누구나 한 번쯤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 상상을 해본다. 파란 천공을 가르는 새들의 자유로운 날갯짓에 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새는 우리 주변 가까이에 다가와있다. 도심 공원이나 천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새의 존재를 특별하게 여겨 새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평생학습동아리 '의왕조류생태탐구회'가 특별한 이유다. '새'에 살고 '새'에 죽는 의왕조류생태탐구회를 지난 14일 찾았다.

의왕조류생태탐구회는 새에 대해 탐구하는 경기도 유일의 조류 학습동아리다. 2014년에 결성된 의왕조류생태탐구회는 총 24명의 회원으로 구성됐다. 주로 조류 탐조 활동과 왕송호수 중심으로 생태 환경모니터링을 도맡고 있다.

2012년 의왕시에 수도권 최초의 담수호 테마 조류생태과학관이 조성되면서 관련 강좌들이 개설됐고, 여기에 참여한 시민들이 깊이있는 조류 학습을 이어가기 위해 의왕조류생태탐구회를 결성하게 됐다.

올해로 6년 차에 접어든 의왕조류생태탐구회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 구성원들은 조류 탐조뿐 아니라 조류생태과학관에서 해설사로 활동하며 관람객들의 전시 관람을 돕고 있다. 또 의왕시 관내 초등학교에서 조류에 관한 교육을 해오고 있다. 의왕조류생태탐구회에서는 탐조 활동 성과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전시회를 갖기도 한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카메라로 순간 포착한 진기한 장면들을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탐조 출사에는 300~500㎜의 망원렌즈 등 다채로운 전문 장비가 동원되고 야간 활동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왕송호수 일대에 환경개선과 보존을 위한 정비사업도 펼치고 있다. 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에서 회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정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해식물을 제거하거나 쓰레기를 치우며 왕송호수의 쾌적한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의왕조류생태탐구회는 지역 축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의왕시 대표 축제인 철도축제를 비롯, 백운예술제, 평생학습축제 등에 참여하며 다채로운 프로그램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축제에서는 '종이 모형 새 만들기'와 같은 체험존 운영과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부터 희귀한 새들까지 새들의 생경한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다.

의왕조류생태탐구회 회원들은 평생학습을 이어가기 위해 조류전문가를 초빙해 교육도 받는다. 탐조 활동을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출사 작업도 추진한다. 오는 6월경 몽골 출사를 계획하고 있다. 몽골 지역의 경우 해마다 국내에 날아드는 철새들의 도래지면서 철새들의 육조가 이뤄지는 대표 지역으로 알려졌다.

의왕조류생태탐구회는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것을 강점으로 뽑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새에 관해 관심만 있다면 동아리 가입이 가능하다. 실제 의왕조류생태탐구회에서는 75세의 최고령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함수미 의왕조류생태탐구회 대표는 "동아리 구성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열정을 가지고 서로 모르는 부분에 대해 묻고 답하며 새를 매개체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평생학습관을 찾으면 다양한 평생학습의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왕조류생태탐구회에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천연기념물 201호이면서 희귀종인 고니가 왕송호수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고니 촬영을 위해 밤낮으로 왕송호수를 찾고 있다.


문의:의왕시 평생학습관 031-345-2556

 

 

 



[내 인생을 바꾼 평생학습]

정년퇴직 후 '새 박사' 변신 이경옥씨, "은퇴 준비, 당장 평생학습관 문 두드리세요"

▲ 30여 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마치고 의왕조류생태탐구회를 통해 '새 박사'로 거듭난 이경옥씨 /사진제공=의왕조류생태탐구회
▲ 30여 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마치고 의왕조류생태탐구회를 통해 '새 박사'로 거듭난 이경옥씨 /사진제공=의왕조류생태탐구회

 

"이 새는 직박구리구요. 이 새 이름은 흰뺨검둥오리입니다."

어떤 새를 물어도 척척, 새 박사가 달리 새 박사가 아니다. 의왕조류생태탐구회 회원 이경옥(58)씨에게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는 있지만 한 번만 본 새'는 없다. 회원들 어느 하나 열정적이지 않은 회원은 없다만 이 가운데서도 탐조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회원을 꼽으라면 동아리 회원 모두 이씨를 꼽는다.

"사실 저는 새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오리가 날아다닌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만큼 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는데 의왕조류생태탐구회를 만나고부터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새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게 됐죠."

30여 년을 은행원으로 근무해 오던 이씨는 10년 전 정년퇴임했다. 이렇다 할 준비 없이 찾아온 노년이 당황스러웠지만 무엇이든 해보자는 생각에서 평생학습을 시작하게 됐다. 평소 자연을 좋아했던 이씨는 숲해설가로 인생 2모작을 시작했다.

"숲 해설을 하다 보면 산새들을 마주하게 되죠. 주변에서 어떤 새인지 물어오지만 명확한 답변을 들려줄 수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 새를 잘 몰랐기 때문이죠. 보다 유익한 숲 해설을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의왕조류생태탐구회에 가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새에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은퇴 후 숲해설가인 동시에 조류 전문가로서 인생 최대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는 은퇴와 노년기를 맞이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퇴직할 즈음 5년 정도 틈틈이 은퇴를 준비하세요. 평생을 일해오다 은퇴를 하게 되면 당황스럽고 우울해지거든요. 당장이라도 평생학습관의 문을 두드리세요. 저 역시 새를 만나지 않았다면 온종일 리모컨만 들고 TV만 들여다봤을 텐데 지금은 가족들 중에 제가 가장 바쁜 사람이 됐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