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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적 가부장제를 파묻다
세기말적 가부장제를 파묻다
  • 여승철
  • 승인 2020.02.24 18:02
  • 수정 2020.02.24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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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영상위 지원받은 '이장' 내달 5일 개봉
▲ 영화 '이장' 포스터

 

▲ 영화 '이장' 스틸컷

인천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영화 '이장'이 다음달 5일 개봉한다.

정승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이장'은 네 자매와 막내 남동생, 다섯 남매가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인천의 한 섬으로 모이면서 벌어지는 세기말적 가부장제와 작별을 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살림 밑천'인 장녀 혜영(장리우 분)은 남편과 헤어지고 아들을 홀로 키우며 산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자 회사는 퇴사를 권고한다. '믿을 건 돈'이라는 둘째 금옥(이선희)은 돈 많은 남편과 결혼했지만, 남편은 현재 바람을 피운다. '참견의 여왕' 셋째 금희(공민정)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돈에 민감하다. '못말리는 돌직구' 넷째 혜연(윤금선아)은 10년째 대학생으로,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혜영은 묘 이장을 위해 동생들을 모아 큰아버지 댁으로 가려 한다. 그러나 막내이자 이 집안 장남인 승락(곽민규)이 나타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길을 떠난 자매들 사이에도 이장 보상금 등을 두고 티격태격 다툼이 일고, 큰아버지는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며 불호령을 내린다. 누나들은 할 수 없이 승락의 행방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난다.

영화 '이장'의 내용은 어느 집에나 있을 것 같은 일이고 대사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사상 앞에서 딸과 아들을 차별하는 일,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는 일은 계속 있었고 누군가는 그것이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집구석에서 살림만 하는 것이 뭐가 힘들다고 계집애들이 말이 많다"라거나 "네 엄마가 아들 낳는다고 고생했다" 등의 대사는 너무 익숙한 말이다.

대중에게 비교적 낯선 배우들이 출연한 까닭에 이 이야기가 정말 이웃 또는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듯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장'은 지난해 제35회 폴란드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신인 감독 경쟁 부문 대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가 수여하는 넷팩상 등 17개 국내외 영화제에서 초청 및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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