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대양도 온갖 쓰레기로 자정능력의 한계를 넘고 있다.생활하수와 공장폐수는 하수처리장을 거쳐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도록 제도화 했다. 이제는 미세플라스틱이다. 민·관·학이 공동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요즘은 미세(微細)가 대세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등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작은 것들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마스크착용, 실외활동자제,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비상저감조치 등 정부에서 친절하게 안내문자를 보내준다.

얼마 전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인천앞바다 해양미세플라스틱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방정부로는 처음 진행한 조사로 해양미세플라스틱의 상당수가 육상으로부터 기인했을 가능성이 충분함을 보여준 것으로 의미가 크다. 2019년 3월부터 8월까지 인천앞바다 5개 지점에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미세플라스틱이 연평균으로 세어도 해역 8.19개/㎥, 영종대교 해역 7.59개/㎥, 인천신항 해역 6.74개/㎥, 자월도 해역 4.9개/m3, 덕적도 해역 4.75개/㎥로 나타났다. 한강과 육지에 가까운 곳일수록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검출된 것이다. 모든 지점에서 비가 내린 후 미세플라스틱이 20%이상 증가했고 특히 하절기 집중강우 직후 미세플라스틱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앞바다 해양미세플라스틱의 주요 기원이 육상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보도자료에서 세어도 해역은 '한강 및 수도권 매립지 등 오염원', 영종대교 해역은 '수도권 매립지 및 아라천 등 오염원', 인천신항 해역은 '인천신항 및 유수지 등 오염원'으로 특정했으나 과학적인 이견이 충분히 가능하다. 인천경기만지역이 조수간만의 차가 큰 점과 밀물과 썰물 등 조류를 감안하면 오염원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미세플라스틱의 기원을 명확하게 확인하게 위해서는 한강 미세플라스틱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적어도 잠실, 영등포, 신곡수중보, 김포 전류리포구, 임진강합류지점, 강화대교 지점에서 미세플라스틱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성분은 PE(폴리에틸렌) > PP(폴리프로필렌) > Polyester(폴리에스터) > PU(폴리우레탄) >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 PS(폴리스타이렌) 순이었다. 한강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세어도와 영종대교 해역이 타 지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티로폼, 포장지 등으로 쓰이는 PS와 섬유소재인 폴리에스터 성분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분석도 필요하다. 풍화작용, 파도에 의한 마모, 자외선 방사 노출 쪼개짐 외에도 세제와 화장품 등에서 직접적으로 발생되는 미세플라스틱도 적지 않다.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되고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조사 또한 병행돼야 한다.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일주일에 미세플라스틱을 2000개 먹고 있다. 5g 정도로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다. 이렇게 평생 먹게 될 미세플라스틱은 800만개, 20㎏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생활용품이나 의류, 대기 등 이미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생산되기도 하고 커다란 플라스틱 제품들이 풍화되고 마모되어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천일염, 생수, 생선회에서도 확인된다는 보도는 더 이상 해외토픽이 아니다. 인체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단계지만 밥상에 미세플라스틱이 올라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현재 추세대로 미세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사용량이 증가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될 것이다. 미세플라스틱, 특히 해양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양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과학적이고 전체적인 조사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드넓은 대양도 온갖 쓰레기로 자정능력의 한계를 넘고 있다. 이제는 가려서 받아야 한다.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는 하수처리장을 거쳐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도록 제도화 했다. 이제는 미세플라스틱이다. 민·관·학이 공동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