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 EBS에서 '학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10부작을 제작해 교육에 대한 성찰과 미래방향을 제시했다. 정성욱 PD가 165개 초·중등학교를 탐방하고 14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얻은 결론은 관계, 함께, 선생님이었다.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의 인간관계가 좋아지면 스승과 제자 관계로 발전한다. 스승과 제자는 상호존중하는 관계다. 이는 선생님이 제자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이름을 불러주며, 출근해 교실에서 제자들을 맞이할 때 가능하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보다도 관계가 좋은 스승을 학생들은 존경한다. 목동의 임무가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이라도 뒤처지지 않도록 돕는 것처럼 스승은 제자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힘들어하는 제자에게 더 많은 눈길을 주어야 한다. 함께해야 멀리 갈 수 있고 협업역량을 키워야 행복하다. 모두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학교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학생의 마음속에 영원한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선생님은 판사의 시선보다는 변호사 입장에서 학생을 바라보아야 한다. 학생을 향한 따뜻한 말은 희망이 되고 인생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음악실기시험을 보는 중 듣게 된 선생님의 '너는 음치야' 라는 말은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했다. 나는 지금도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렇다, 학생을 향한 스승의 말은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꿈을 갖도록 해야 한다.

며칠 전에 고등학교 친구 A로부터 전화가 왔다. 3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거동이 불편하시니 찾아가 뵙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제안을 한 친구 B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 친구는 동대문시장에서 의류사업을 하는데, 백화점에 판매장을 개설할 때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제출을 요구받았다.

졸업 후 처음으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받아본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 1, 2학년 생활기록부에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던 반면, 3학년 생활기록부에는 긍정으로 가득 찬 평가였다. 그 친구는 백화점 매장을 개설하게 된 것이 3학년 담임 선생님 덕분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하여 꼭 한번 찾아뵈어야겠다고 주선을 요청했단다. 그렇다. 학생 평가는 선생님의 한정된 정보와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선생님마다 보이는 것과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는 편견과 선입견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참다운 스승으로 가기 위해서 말이다.

학생들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란 질문을 했을 때,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배움터에서부터 지옥까지 다양하다. 잠을 보충하고 친구를 사귀는 곳, 놀이터이며 꿈을 키우는 장소 등등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매우 안타깝게도 전반적인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보다 부정에 가까웠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의 제주도 편을 보게 되었다. 천진난만한 5학년 삼총사를 길에서 만나 학교에 머물고 싶은 시간을 물었다. 그러자 한 학생은 10시부터 3시까지 학교에 있고 싶다. 다른 학생 한 명은 3분, 나머지 한 명은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답답했다.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평가는 자유롭지만, 결과는 영원하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꿈과 희망을 키워주어야 한다. 제자들의 잠재역량을 발견하고 발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나부터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에게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야겠다. 아이들의 참다운 스승이 되어야겠다.

우리의 미래는 아이들의 역량을 얼마나 극대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스승이 있고, 친구들과 함께 꿈을 키우는 학교, 지혜를 터득하는 학교, 졸업 후에도 학생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는 학교가 그립다.

안종진 지혜공유학교 꿈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