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청노동자 호소
▲ 랩가드 일을 하다 범퍼장으로 전환배치 된 박옥이씨가 현재 심경을 손수 써 붙인 벽보. /사진제공=부평비정규직지회.

"정말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제 몸이 못 버팁니다. 다른 사람들 피해주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근데 손가락과 손목, 허리가 너무 아픕니다. 할 수 없는 걸 시키면서 못할 거면 집에 가랍니다."

2014년 11월부터 한국지엠 부평공장 2차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한 박옥이(56·여)씨. 부평1공장에서 수출 차량 훼손 방지를 위해 포장을 씌우는 '랩가드' 일을 해온 그는 지난달 17일부터 범퍼장으로 전환배치됐다.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에 랩가드를 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기 사흘 전이다.

15㎏이 넘는 범퍼를 들어 작업대로 옮긴 뒤 센서, 번호판, 주행등 같은 장치들을 범퍼에 다는 이 공정은 남성 노동자들도 힘들어하는 작업이다. 박씨는 키 154㎝에 작은 체구다.

일한 첫날부터 탈이 났다. 박씨는 "첫날 일하고 안 아픈 곳이 없어 한의원 가서 침을 맞았는데 그래도 낫지 않아 정형외과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기자와 통화에서도 "병원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랩가드를 하던 다른 여성 노동자 3명 중 2명은 전환배치 소식을 듣고 회사를 나갔고 나머지 1명은 박씨와 같이 생산 공정에 배치됐지만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결국 박씨는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에 도움을 청하고 심경을 담은 글을 써 작업장에 붙였다.

노조는 하청업체가 이처럼 능력치를 넘어선 업무를 부과한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직장에서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한다.

임권수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전환배치 문제뿐 아니라 상급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법적 대응을 업체에 예고했다"며 "상황 변화가 없으면 비정규직지회 파업을 포함한 정규직 노조인 한국지엠지부와 공동 대응 등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