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선에서 생각지 못하게 거듭 실패한 젊은이가 푸념처럼 하는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처음엔 지원자의 스펙이나 가정 배경을 묻지 않고 응시할 수 있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에 많은 기대를 갖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심지어 용어나 태도, 용모에 대해서까지 신경을 써봤지만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어쩌면 기득권 상류층 또는 힘깨나 쓰는 집안 자제들의 알음알음 채용의 직코스로 보인다는 것이다. 가진 게 없는 이들에겐 들러리로, 어쩌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기회균등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든 것 같다고도 했다. 실제로 부모가 누구냐, 특히 집권세력에 기대어 있거나 재산이 많은 실력자의 자녀가 성공가도를 혼자서 여유있게 앞서가는 경우를 청문회 등을 통해 본다. 후보자 자녀들의 스펙과 부모의 역할에 따라 진학이 달라지고, 취업 세계까지 달라지니 기회가 균등하고 과정이 정의롭고 결과가 공정한 사회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한국이 어려운 여건에서 교육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누구에게나 점점 대학 진학은 쉬워졌다. 그러나 이른바 수도권 대학, 특히 '스카이(SKY)'로 일컬어지는 명문대에 입학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더욱이 사회가 선망하는 전문직종인 의사나 변호사 등을 배출하는 법학·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은 부모의 경제 능력과 학력에 많이 좌우된다. 어학연수나 전문서적·논문 제 1저자가 되거나 각종 기관의 연구원, 인턴 등으로 힘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다시 대학 입시제도를 바꾼다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요동을 치고 있다. 교육 수요자 중심이 아닌 집권자 중심 특히 교육 공급자인 교육부의 방향은 기회불평등이 더욱 가중되고,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치적 힘이 없이 학생 개인 혼자서 대학 입학제도를 맞이하는 현실에선 더욱 적응하기 힘들고 어렵다.

학생생활기록부를 통한 수시입학의 경우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 그리고 정치적 배경에 따라 해외연수 참여와 논문 저자 참여 그리고 각종 기관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턴·연구원 등 자리에서부터 기관별 봉사 등 입학에 필요한 스펙 확보는 그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내 자녀만'을 주장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사교육 투자 바람이 자녀들의 진로지도와 학력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갖고 있는 사회적 특권과 경제력이라는 우리 사회 불평등 사다리 구조를 벗어나, 모든 젊은이에게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학교별·개인별로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구조로 사회가 바뀌어야만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 추구해야 할 한국의 교육은, 지금처럼 사교육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가정 특히 부모의 사교육 투자와 자녀 뒷배경에 더욱 힘이 실리는 이제까지의 시스템이 강화되는 방향이 제발 아니길 바란다.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 회장